코로나 장기화로 국외행 급감
영상 등 활용한 간접 여행 늘어
출발지로 돌아오는 체험비행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국외여행을 가지 못해 갈증을 느끼는 시민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여행앓이'를 하는 이들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양산시에 사는 조모(31) 씨는 언제부턴가 잠들기 전 사진첩을 보며 추억여행을 떠나는 일이 일과가 됐다. 취업하고 나서 1년에 한두 번은 일본·베트남·대만 등 가까운 외국으로 여행을 해왔다.

조 씨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여행에서 느꼈던 좋은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며 "당시에는 다음에 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년에도 자유롭게 국외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때가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초기 한국발 입국을 금지했던 국가들이 속속 조치를 해제했으나, 감염 위험과 자가격리 기간 부담 등으로 국제선 항공 수요는 저조하다.

관광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출국한 여행객은 총 382만 755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00만 7849명과 비교하면 30% 수준도 안 된다. 월별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1월에는 251만 3030명이었던 여행객이 2월 104만 6779명으로 반토막 났고, 4·5·6월에는 매달 5만 명이 되지 않았다.

이처럼 국외여행을 꺼리는 데는 2주간 자가격리가 가장 큰 걸림돌인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3월 탑승 수속이 한창일 오후 시간대에 텅 빈 김해공항 출국장.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 3월 탑승 수속이 한창일 오후 시간대에 텅 빈 김해공항 출국장. /경남도민일보 DB

지난 13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만 18세 이상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국외여행 재이용 조건을 묻는 항목에 '자가격리 기간이 없어지면 국외여행을 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여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항이나 기내에서 방역 수준 등이 이용 의사에 영향을 미쳤다.

이렇다 보니 조 씨처럼 여행 사진을 보며 답답함을 달래는 이들을 위한 이색 여행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한 여행업체는 유료 '랜선투어' 상품을 내놨다. 랜선투어는 세계 각지 전문 여행 안내자가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약 90분 동안 진행한다. 여행 안내자가 소장한 현지 영상과 사진으로 여행지 정보를 제공하며 간접여행을 할 수 있다. 랜선투어 국가도 미국과 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으로 다양하다.

이용자들은 "3년 전 스페인 갔던 게 생각나서 듣게 됐다", "코로나 시대 위로가 됐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 시국에 스페인으로 떠난 시간여행이었다" 등 후기를 남겼다.

항공업계는 '체험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만에서 처음 선보인 체험여행은 도착지 없이 국내 상공을 비행하고 출발지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일본에서도 상품이 출시됐다. 실제 국외 여행을 할 수는 없지만 여권을 챙겨 면세점 쇼핑을 하고 항공 기내식을 즐길 수 있다.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대만 항공사와 공동 출시한 체험상품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은 지난 11일 정오에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4분 만에 완판됐다.

에어부산은 국내 항공사 처음으로 유사상품을 선보였다. 지난 10일 항공서비스 관련 전공 대학생을 대상으로 도착지 없는 체험비행을 했다.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포항과 서울·광주·제주 등을 거쳐 2시간가량 운행한 후 김해공항으로 되돌아왔다. 에어부산 측은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면 일반인 대상 관광비행 상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