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동부교회 사과 펼침막
담임목사 "공동책임 느껴"
교회 정치·기업화 비판도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교회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마산동부교회 담벼락에 붙은 펼침막 내용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마산동부교회는 지난 8월 23일 경남 도내 모든 교회에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라는 경남도 행정명령이 내려지자 온라인 예배를 시작하면서 펼침막도 함께 내걸었다. 보수 기독교계가 주축이 된 서울 '광복절 집회' 여파로 전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독교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따가울 때였다.

지난 13일 오후 마산동부교회에서 만난 이용우 담임목사는 "교회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펼침막을 내건 이유를 설명했다.

이 목사는 "시대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교회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외골수적 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누군가의 잘못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산동부교회는 방역지침을 따르고 집회 참석자도 없지만, 교회를 바라보는 인식이 이렇게까지 나빠진 데 대해 공동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마산동부교회 담벼락에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고 쓰인 펼침막이 붙어있다.  /이창우 기자
▲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있는 마산동부교회 담벼락에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고 쓰인 펼침막이 붙어있다. /이창우 기자

광복절 집회 이후 비슷한 내용의 펼침막이 전국 곳곳 교회에 내걸렸다. 많은 교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고 공유했다. 지난달 19일 정윤선 윤선디자인 대표가 교인들의 사과 문구가 담긴 캘리그래피와 배너·포스터 이미지를 무료로 공유하면서 시작된 흐름이다.

이 목사는 이러한 움직임이 교단 차원에서 독려하는 게 아니라 각 교회와 교인의 자발적인 성찰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일제강점기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병든 사람들을 도왔던 교회가 어느 순간 기업화·정치화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약자를 돌아보는 눈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정치화된 목사들은 일부분일 뿐 침묵하는 교인 대부분은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발전을 거듭해 어느덧 남부럽지 않은 선진국이 됐지만, 사회 양극화는 심해졌다"며 "어려운 사람들이 코로나19에도 가장 고통받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가장 중요한 행동은 바로 어려운 사람 옆에 서는 것이고,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집단이 다름 아닌 우리 교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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