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창원지방법원에서 나온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불법파견 판결은 민자고속도로 불법파견 관행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첫 번째 판결이다. 이 판결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220명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와 비슷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다른 판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판결은 한국도로공사 내서·함안톨게이트 등에서 일한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 판결 이후 비정규직 톨게이트 업무 노동자들이 거둔 가장 뚜렷한 성과로서 의의가 크다.

이번 소송은 민자 고속도로인 신대구부산고속도로가 불법도급을 사용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외형만 도급일 뿐, 실제로는 사측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 업무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지시했으며 업무에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도 모두 제공했다. 전형적인 위장도급 행태이며, 이번 판결은 이를 확인한 것일 뿐이다. 이런 판단은 2018년 11월 해당 노동자들이 소송을 낸 뒤에 지난해 12월 양산고용노동지청이 사측에 위장도급을 시정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그러나 사측이 이를 거부하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면서 사태가 장기화한 것이다. 사측이 양산지청의 시정 명령을 따랐어도 9개월여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이나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근로자 지위를 확인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수년을 잡아야 한다. 이번 판결도 사측이 항소를 할 경우 최종 확정판결까지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사측은 파견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여 지체 없이 1심 판결을 따르고 해당 노동자들의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분율 69.08%로 대주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사측이 정부의 시정 명령도 듣지 않고 정부와 소송까지 벌이고 시간을 끌면서 해당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가한 행태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 또한 만연한 파견법 위반 행위를 척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법이 엄연히 있음에도 이를 비웃는 사용자가 존재하는 것은 그만의 책임은 아니다. 정부가 고용 관계상의 불법 행위만큼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