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조정', 뜨거운 얼음처럼 역설적인 설명이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기술주의 하락을 이와 같이 술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재정비한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험선호가 지속될 수 있다.

해당 국면에서 시장은 대안을 탐색할 것이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시장 변동성을 초래할 만큼, 가격 부담이 덜하고 실적 가시성이 높은 곳에 관심이 집중될 공산이 크다.

독일 증시의 최근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DAX는 9월 누적 수익률이 미국 S&P500을 7%가량 앞서고 있다. 근간의 유로화 강세를 감안하면 둘의 차이는 더 크다.

이 같은 독일의 선전 배경에는 ①제조 강국의 특성으로 기술주보다 경기민감주 비중이 크고 ②때마침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는 등 제조업 개선세가 완연함은 물론 ③미국과 달리 재정확대에 적극적인 데다 ④주가 역시 전고점을 하회하고 있어 가격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은 국내 증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코스피 역시 9월 수익률이 S&P500을 7%가량 앞선 상태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구간을 통과하지 못한 탓에 경제활동의 제약은 상당하다. 그러나 이연 수요(pent-up demand)는 분명 발현하고 있으며, 이것은 서비스 이용보다 제품 구매에 집중되는 것이 최근 특징이다. 실외 활동이 아직 제약되는 만큼 서비스 체험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를 보완하려는 제품 수요가 급증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대비 서비스업 PMI 모멘텀이 둔화되는 배경 역시 같은 맥락을 공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에 따라 다수 국가의 재고 지표는 빠르게 감소 중이다.

미국 도매재고는 지난 3개월간 이례적인 규모로 감소했고, 국내의 재고순환지표 역시 5개월 연속 하락 이후 7월부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국 생산자 물가가 동반 상승하는 점도 같은 현상을 지칭할 것이다.

주요 원자재 가격과 함께 중간재 가격도 반등에 나선다는 점도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에 유리한 요소가 된다. 특히 국내 주력 제품인 메모리는 바닥에서 점진적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산업 확대에 따라 디지털 디바이스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도 국내 반도체 업황에 적지 않은 온기를 제공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상당함을 감안한다면 미 증시의 부침에도 지수 하방은 공고하게 유지될 확률이 크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이전보다 한층 강화되는 만큼 자동차, 화학, 유통 업종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환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확인되는 개인들의 막대한 투자수요를 고려해 보면, 증권주를 와일드 카드로 충분히 활용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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