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끌고 공장 보수·방수업 시작
독학으로 자격증 취득 등 기술력 쌓아
뒤탈 없는 시공·맞춤 자재 사용 호평
"직원·자회사와 동반성장하는 게 목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공장 보수·방수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 기술력을 자랑하는 ㈜창조산업개발 남희경(51) 대표이사는 인터뷰 내내 '신뢰'라는 말을 강조했다. 방수 공사라고 하면 주택이나 아파트 등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공장 방수를 시공한 후 문제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는 물론 안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어 더욱 세심한 진단과 작업, 관리가 필요하지만 비전문업체가 난립하는 바람에 편견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남희경 대표는 "건축물 구조는 다양하다. 보수나 방수가 필요한 부분에 따라 걸맞은 공법과 자재를 선택해 시공부터 관리까지 체계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며 "하자 없이 완벽한 공사가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조산업개발은 여느 업체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실리콘 등과 같은 자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일이 다양한 방수자재를 검토·연구해 현장에 맞는 최적화된 자재를 선정해 시공한다. 다른 업체보다 견적이 비싸더라도 하자로 말미암은 기업의 피해와 시공업체의 신뢰를 잃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노력이다. 남과 다른 차별화, 생각의 틀에 갇히지 않는 유연함이 바로 창조산업개발이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춘 배경이다.

◇차별화와 기술로 편견을 넘다

▲ 남희경 창조산업개발 대표이사. /이현희 기자
▲ 남희경 창조산업개발 대표이사. /이현희 기자

창조산업개발은 2015년 부산에서 ㈜혜인산업개발로 시작해 지난해 10월 양산 산막공단에 본사를 옮기며 기존 보수·방수 전문업체에서 난방·배관 전문건설업까지 추가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가 경영인으로 첫발을 내딛기까지 이력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건설업계에서 여성 경영인을 접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주부로 건설업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대학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그런 그가 경영자로 변신한 것은 배우자인 김현준(57) 본부장 때문이다. 20대 초반부터 배관기술자, 전기설비기술자로 38년간 현장 경험을 쌓아온 김 본부장은 굵직굵직한 대형 건축사업에 뛰어들었다 좌절을 맛봐야 했다.

불합리한 건설업계 관행, 부도 등을 수차례 겪으며 실의에 빠진 김 본부장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남 대표다. 당시 "짐차나 하나 사서 집이나 고치며 삽시다. 기술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해보자"라고 한 말은 큰 현장을 누비던 김 본부장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작은 일부터 하나씩 쌓아나가자는 뜻을 이해하고 20대 첫 현장으로 출근했던 마음으로 함께 혜인산업개발을 설립했다.

건설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었던 터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상담이나 문의가 들어와도 용어 자체가 낯설어 처음에는 본부장이 현장에서 처리하곤 했다. 말이 대표지 손이 모자랄 때면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보조 일도 마다치 않았다. 그는 밤새 인터넷을 뒤져가며 전문용어를 익히고 시공방법이나 기술, 자재 등을 공부했다. 경영인으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부족함을 알고 이를 메우려는 노력 끝에 그는 지난해 방수기능사, 올해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건축 박사가 다 됐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노력했다"며 "대부분 전화로 공사 문의가 들어오는데 정확한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해야 계약할 수 있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완벽하게 일을 마치려면 내가 이해하지 못한 채 직원에게 지시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부단한 노력과 친화력 있는 의사소통능력을 갖춘 남 대표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본부장이 함께 끌어가는 창조산업개발은 밀려오는 공사 문의를 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신의(信義)'라는 사훈에 걸맞은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보수·방수 작업을 하는 창조산업개발. /창조산업개발<br /><br />
▲ 보수·방수 작업을 하는 창조산업개발. /창조산업개발

◇고객·직원과 동반성장하는 회사

기술력과 더불어 창조산업개발이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이룬 것은 '온라인 마케팅'이다.

김 본부장이 현장에서 학연·지연 등 건설업의 관행 탓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마케팅에 눈을 돌리게 한 배경이다. 창조산업개발은 30여 개 블로그를 운영하며 현장별로 시공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해 공장 보수·방수작업이 필요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남 대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온라인 마케팅이 대세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밤을 새워가며 블로그 운영을 고민하고 연구했다"며 "고객이 직접 회사 실력을 검색해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을 꾸미고 학연·지연이 아닌 기술력을 평가받는 것이 오히려 일하기도 쉽고 업무 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조산업개발은 팩스로 견적서를 보내지 않는다. 거의 책 한 권 분량의 품목별·공정별 견적과 명세서, 하자 관리 방안 등을 담은 견적서를 이메일로만 보내고 있다. 다른 업체에서 팩스로 간단한 한 장짜리 견적서를 보내는 것과 달리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보여준다. 독학으로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남 대표 특유의 뚝심과 섬세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창조산업개발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창조산업개발<br /><br />
▲ 창조산업개발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창조산업개발

창조산업개발 회사소개서에는 혜인산업개발, 더윈건설, 오션건설, 구룡건설, 씨젠건설, 조광산업개발, 다해요건축보수, 가람건설 등을 자회사로 안내하고 있다. 창조산업개발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네트워크를 이루는 이들 회사는 모두 직원이 경영자로 변신한 곳이다.

남 대표는 "직원에게 늘 좋은 기술을 배워 직접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온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라고 생각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이념을 '나눔'이라고 밝힌 이유를 가늠케 한다. 그동안 하이에어코리아, 말레동현필터시스템, 현대미션, 세하항공 등 국내 중견기업과 거래를 이어오고, 부산·경남과 울산·대구 등을 비롯해 수도권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한 힘은 바로 '기술 신뢰', '고객 신뢰', '직원 신뢰'에 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거래 문의가 쏟아지더라도 욕심 내지 않고 본사와 지사가 함께 일을 나눠 계속 동반성장하는 것이 앞으로 목표"라며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으로 못 잡는 방수는 없고 어떤 공사라도 꼭 해내겠다는 당당함을 지켜가는 것이 회사 성장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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