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1등 주의 조장 참회하고
삶을 위한 교육으로 대전환 실행을

"우리 교육은 엘리트라는 괴물을 양산해왔고, 우리의 구조와 시스템은 괴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왔다."

최근 의사들의 파업과 의료계 집단행동을 두고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이 한 말이다. 섬뜩한 말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그런데 교육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오늘 우리 사회와 교육 현실을 가장 쉽게 표현한 말이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은 책 제목이다. 조희연은 "병든 사회는 아픈 교육을 낳는다. 교육의 아픔은 다시 사회의 병을 심화시키고, 이 두 가지는 서로 악순환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교육의 아픔과 사회의 병 사이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어쩌면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의 현실에서 의료계 집단 이기주의는 벌써 예견된 일이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파업하는 의사들을 탓하기 전에 그런 의사를 길러낸 우리 교육계가 먼저 성찰하고 참회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교사로서 부모로서 무한경쟁과 1등 주의를 조장하고 묵인해왔던 우리들 자화상이 오늘의 현실 아니던가. 의사, 판사, 검사 되는 길이 최고의 길이라며 은연 중에 우리 '탐욕'을 투사하여 길러낸 엘리트들이 아니던가. 우리의 꿈과 희망이었던 저 자랑스러운 1등들이 어찌 저런 괴물로 바뀔 수 있느냐고 탄식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우리 자신들 얼굴에 침 뱉기다.

물론 우리도 일찍부터 이런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의 구조와 시스템을 고쳐보려고 무던히 노력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벌사회' 구조와 '입시위주교육' 시스템 속에서 우리가 바라던 '교육개혁'의 성과는 더디기만 했다. 끝없이 탐욕을 부추기는 '승자독식사회 과잉경쟁교육'은 우리 자신을 서서히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은 일반 시민들이 볼 때 만시지탄을 느낄 정도로 반가운 정책이다.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대 정원을 늘려 지역 의료기관 필수분야(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3000명, 역학조사관 등 특수분야 500명, 의사과학자(기초과학, 제약, 바이오 등) 500명을 늘리자는 것. 나아가 지역의사 의무복무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역에 자리 잡는 의사'를 길러내자는 것. 또 의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 의대를 설립하여 필수분야 및 지역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 또 한방 첩약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시범사업과 코로나19의 지역 확산 방지를 위한 한시적 전화 상담 처방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을 의사들은 반대한다. 그들은 스스로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의료제도는 의사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지에 반대하는 의사 파업은 기득권자들의 저항일 뿐, 의사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시 '교육혁명'을 생각한다.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의 구조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삶을 위한 교육' 시스템으로 '대전환'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립대학 네트워크화와 평준화, 무상교육, 현행 입시제도 폐지부터 과감하게 실행하자. 그리하여 전교 1등과 꼴찌가 함께 손잡고 저마다 행복한 삶을 꿈꾸는 '진정한 엘리트'를 길러내자. 물론 현재도 소수 '훌륭한 엘리트'들이 있음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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