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대선 주자 리더십 첫 검증대…난도 높은 문제 산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이자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이 첫 검증대에 올랐다.

아들 군 복무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의 직권남용·부정청탁 의혹은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될 조짐이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사활을 걸다시피 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은 국민의힘의 저항에 막혀 진전을 못 보고 있다.

두 사안은 국민을 이끌 정치지도자로서 이 대표의 역량과 향후 대선 전략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를 끌어안아야 하는 이 대표로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한쪽으로 쏠리면 당내 입지와 대권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타격을 입게 돼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이 대표와 상의해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즉각 추천하고 정상적 출범을 약속한다면 특별감찰관 후보자와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국회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제안한 건 이 같은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그간 여권의 공수처장 추천 압박에 대통령 측근·친인척의 권력형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수년째 부재를 지적하며 맞서왔다. 정부·여당이 결정하면 언제든 선임할 수 있는 자리인데, 자신들에게 득 될 게 없으면 하염없이 미루고(특별감찰관 등) 득이 되면 적극 추진하는(공수처) 위선적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었다.

▲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개회식 및 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개회식 및 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측 제안에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맞받았다. 언뜻 의견일치를 본 것 같지만 사실상 수용 거부였다. 주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법은 국회가 합의해 2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한 사람을 지명하도록 돼 있다"며 "늘 여당에서 1명, 야당에서 1명씩 추천했는데 이 말은 야당 추천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즉, 여당이 자신들 구미에 맞는 특별감찰관을 고집하는 한 공수처장 추천에 순순히 협조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낙연 대표로서는 그러나 나쁘지 않은 타협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끝내 국민의힘이 거부하면 공수처법을 개정해 야당 추천권을 무력화, 공수처 출범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 경우 외려 손해를 보는 쪽은 국민의힘일 수 있다. 여권이 원하는 공수처장이 아무 견제 없이 임명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협치 약속을 무시하고 또 강행 처리를 한다는 비난이 민주당에 제기될 수 있으나 특별감찰관 협조 등 나름 성의를 보인 만큼 여론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 수 있다.

추미애 장관 논란은 '제2의 조국'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공수처보다 난도가 높아 보인다. 추 장관 아들의 군 시절 특혜성 휴가와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관련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며칠째 '침묵' 을 지키는 게 그 방증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산발적으로 추 장관을 옹호하고 있으나 이 대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여권은 2017년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지지율이 추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직후인 2019년 9월 셋째 주(17~19일)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40%의 국정수행 지지율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심상치 않다. 당시처럼 추 장관의 비위 의혹을 강경 방어하다가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렵게 되찾은 지지율을 또 까먹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주장처럼 추 장관 사퇴에 힘을 실을 수도 없는 게 이 대표 처지다. 조국 사태 때와 똑같이 "검찰개혁을 위해 추 장관을 수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아직 법적 문제는 없지만 정서법이라는 게 있다"며 추 장관 거취를 놓고 고심하는 기류가 읽힌다.

한 관계자는 "추 장관은 조국 전 장관과 달리 팬덤이 없기에 자진 사퇴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과, 정기국회 도중에 교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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