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투쟁'단식·오체투지까지…바뀐 정권서 늦은 지위 회복
"학생들 만날 생각에 기쁨 커…학교 현장서 교육개혁 앞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013년 10월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지 7년 만에 법적 지위를 회복했다. 지난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이튿날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노조 전임자의 학교 복직 명령을 따르지 않아 해직된 전국 34명 교사가 복직 절차를 밟고 있다. 여기에는 경남지역 교사 2명도 포함된다. 그중 한 명이 전희영(45) 전교조 경남지부장이다. 8일 오전 창원도서관 2층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실에서 전 지부장을 만났다. 전교조 경남지부 사무실은 애초 창원파티마병원 인근 건물이었지만, 2013년 법외노조 통보에 따른 교육부 후속조치로 전교조 본부·지부사무실 퇴거명령으로 2017년 1월 이곳으로 옮겼다.

-2013년 10월 노동부가 팩스 한 장으로 법외노조를 통보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공문 한 장으로 취소 통보를 했는데 감회가 어떤지요?

"모든 선생님이 비슷한 느낌일 것 같은데, 이 종이 한 장 받으려고 7년 동안 싸워왔나 싶었습니다. 대법원 선고가 15분가량 진행됐는데, 들으면서도 15분 이야기를 듣고자 긴 세월 동안 그렇게 싸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선고로 기뻤지만,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선고 직후 대법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승소 기자회견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선고 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8월 31일 선고기일을 통지받았습니다. 9월 7일에 대법관 한 명이 교체돼 이번에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또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새 대법관이 다시 사건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선고기일이 잡혔고, 무척 떨리는 심정으로 기다렸습니다. 선고 직후 '이제 진짜 끝났구나', '우리가 이겼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조합원들도 각자 교실에서 대법원 선고 생중계를 보면서 만세를 부르고,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법외노조 문제는 7년 동안 조합원들에게 큰 아픔이었습니다."

▲ 해직교사인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8일 창원도서관 2층 지부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해직교사인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8일 창원도서관 2층 지부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해직 당시 큰 아픔이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수석부지부장이었고, 송영기 전 경남지부장이 선출된 상태였습니다. 다른 전임자도 있었지만, 우리 2명은 조합원 투표로 뽑힌 선출직이어서 학교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교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전임자 복귀 거부 투쟁을 결정하기도 했지만, 모두 복귀를 거부할 수 없었기에 지부·개인 여건을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사실 복귀하지 않으면 '해직'되기에 각오가 쉽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자체가 부당한 것이어서 모른 척할 수 없었고, 동료 교사들이 지지해줬습니다. 법적 투쟁을 이어가면서 2016년에 실제 해직됐습니다. 막상 해직되고 나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양산 학교에서 '미복직 전교조 노조 전임자 교사 직권 면직' 징계위가 열렸는데, 마침 그날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부모님께 생명을 부여받은 날, 생명 같은 교단에서 쫓겨났습니다. 학교 조합원 교사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직권 면직 결정 이후 같이 자장면을 먹었는데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7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좌절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2013년부터 전교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 4년, 양산중등지회장 2년, 전교조 경남지부장을 올해로 2년째 하고 있습니다. 법외노조 통보 이후부터 여러 선생님이 응원해줬습니다. 7년 동안 안 해 본 투쟁이 없었습니다. 삭발도 하고, 청와대 앞에서 농성도 오랜 기간 했고, 단식·오체투지·청와대 민원서 제출 등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해직 기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주변에서 곧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지만, 4년 차에 해결된 것입니다. 대법원 선고 이후 다음 날 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는 걸 보고, 이렇게 간단한 것을 정부가 빨리 해결하지 못했는지 아쉬웠습니다."

-전교조 법적 지위가 회복되면서 복직의 길이 열렸는데요. 지금 어떤 절차가 추진되고 있나요?

"이번 주에 전교조 본부와 교육부가 만나서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임자 현장 복귀 명령 △전교조 사무실 지원금 회수 조치 △단체교섭 중단 및 단체협약 효력 상실 통보 △각종 위원회에서 전교조 위원 해촉 등 4가지 문제 철회 등을 진행합니다. 법외노조 통보 이후 해직된 34명 중 한 명은 정년퇴직을 했고, 내년에 세 명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경남에서 같이 해직된 송영기 전 지부장은 올해 사립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셨는데요.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시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꽤 오랜 시간 학교를 떠나 있어서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수업하고 담임을 맡고 싶습니다. 수업도 좋지만 학생들과 정서적으로 만나는 것은 담임일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막상 돌아가면 너무 힘들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얼른 아이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웃음)"

-앞으로 전교조 활동은 어떻게 해나갈 계획입니까?

"합법적 교원노조로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그동안 법외노조 굴레로 전교조가 참교육 활동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교원노조 본연의 역할을 하는 데 매진해 나갈 것입니다."

-남은 과제는 무엇입니까?

"법외노조 취소와 관련한 후속 조치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지난 7년간 입었던 심적·물적 배상과 정부의 공식적 사과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교육개혁, 참교육 실현을 위해 더 나아가고자 합니다. 7년간 법외노조 문제 해소를 위해 함께 싸워주신 조합원·학부모·학생 등 도민에게 감사드립니다. 학교 현장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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