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밀양 70%가량 낙과 피해
추석 앞 공급-구매 이중고유통계 '흠과'판매전 마련

제9호 태풍 마이삭에 경남지역 사과 농가의 낙과 피해가 컸다. 사과값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경남 주요 사과 생산지인 밀양시 사과 농가들은 낙과, 나무 쓰러짐 피해를 봤다. 사과 농가들은 태풍 피해가 평년보다 심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밀양에서 사과 농원을 운영하는 ㄱ 씨는 "70% 정도 태풍에 떨어졌다. 온라인 판매도 중단하고 흠과 판매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농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태풍 소식을 듣고 예정보다 1주 빨리 사과를 땄다. 낙과는 매번 발생하지만 올해는 4분의 3 정도가 낙과해 피해가 컸다. 일부 약한 나무에 지지대를 설치했지만 강풍에 속절없이 부러졌다"고 했다.

마이삭 영향으로 침수(234㏊), 벼쓰러짐(385㏊), 낙과(294㏊), 비닐하우스 파손(5.1㏊) 등 경남지역 농작물 피해 면적은 918㏊에 이른다. 낙과 피해가 큰 사과를 비롯한 채소 등 추석 중점 품목 가격 강세가 추석 대목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긴 장마로 농산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설상가상 태풍마저 덮치자 사과 가격은 크게 올랐다. 경남도 물가동향에 따르면 도내 9월 첫째 주 사과(3㎏) 가격은 2만 4812원으로 지난해 9월 첫째 주(2만 753원)보다 19.55%(4059원)나 올랐다.

전국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추석선물세트에 빠지지 않는 품종인 홍로 사과(10㎏) 상품 전국 도매가는 9월 3일 7만 1600원. 1년 전 같은 날(4만 3440원)보다 64.82%(2만 8160원) 올랐다.

▲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한 과수원의 사과나무가 지난 3일 새벽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모두 쓰러졌다. 농민이 땅에 떨어져 있는 사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한 과수원의 사과나무가 지난 3일 새벽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모두 쓰러졌다. 농민이 땅에 떨어져 있는 사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장마가 잠잠해질 즈음 태풍이 연이어 발생해 일조량 부족·수해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다"며 추석을 앞두고 중점 품목인 사과 가격 폭등을 우려했다.

유통계는 태풍 피해 사과 팔아주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는 특등급 사과 선별 구매가 아닌 특품, 일반, 흠과 물량을 한번에 구매하는 '풀세트 매입'으로 농가 상생을 택했다.

대형마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과 물량을 확보해 소비자에게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고 농가는 판매가 쉽지 않은 어려운 흠과 물량까지 팔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6월 우박 피해를 본 경남지역의 과수 농가를 돕기 위해 '우박 맞은 사과'를 최근 출시했다. 가격은 2㎏에 4000원대다. '보조개 사과', '못난이 사과'라고도 불리는 우박 맞은 사과는 표면에 흠집이 있는 상품이다.

정부와 경남도는 농가 피해 지원에 나섰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3일 밀양시 사과 낙과 피해현장을 방문해 농가를 격려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김 장관은 이날 △낙과 조기 수거·가공용 판매 지원 △전국 축산농가 일제소독·방역 추진 등 필요한 응급복구 대책을 밝혔다. 김 장관은 "가공용 등 낙과 활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농작물 재해보험 손해평가를 신속히 마무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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