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다른데 건물 붙어 있어
창원시 기념관 짓고자 반 매입
절반 소유주 재산권 침해 주장
시에 진정서 내 접점 찾기 고심

창원시가 3·15의거 발원지에 기념관을 건립하고자 건물 일부를 매입해 정비공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건물 일부를 소유한 시민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창원시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기념관 건립 예정지는 마산합포구 오동동 165-7번지다. 옛 민주당사 터로 이곳에서 1960년 3월 15일 민주당 마산시당 간부들이 자유당 부정선거를 폭로해 3·15의거 발원지로 꼽힌다.

창원시는 지난달 11일 이 터에 있는 건축물을 정비해 민주화운동 상징공간을 만든다고 밝혔다. 현재 터와 상가건물 매입을 완료하고 공사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해당 건물이 바로 옆 오동동 165-31번지와 터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토지를 소유한 건축주들이 1977년 사용면적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함께 건물을 올린 것이다. 실제로 이곳은 가운데 벽이 있을 뿐 하나의 건물로 뒤편 비상계단도 공유하고 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165-21번지와 165-7번지에 들어선 건물 전경. 창원시는 3·15의거 발원지 상징공간을 만들고자 옛 민주당사 터인 건물의 반(사진 오른쪽 건물 선 표시)을 매입했다. /이창우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165-21번지와 165-7번지에 들어선 건물 전경. 창원시는 3·15의거 발원지 상징공간을 만들고자 옛 민주당사 터인 건물의 반(사진 오른쪽 건물 선 표시)을 매입했다. /이창우 기자

그러나 시는 건물 반쪽에 해당하는 165-7번지만 사들였다. 이곳에 있었던 옛 목조건물 2층에 민주당사가 있었을 뿐, 나머지 반쪽은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현재 5층짜리 상가로 바뀌었다.

이에 오동동 165-31번지에 있는 나머지 건물 반쪽 소유자 ㄱ 씨가 재산권 침해를 주장했다.

ㄱ 씨는 이 건물을 1998년 매입했다. 당시 부산에 거주하면서 세를 주고 있어서 두 건물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2010년 창원으로 이사 오고 나서야 토지 내력을 듣게 됐다. 주변 상인들로부터 언젠가 기념관이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상 하나의 건물이라 같이 매입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2~3월 창원시가 건물 반쪽만을 매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때까지 시에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ㄱ 씨는 "지은 지 40년도 더 돼 노후화가 심한데, 한 건물의 반쪽만 정비하면 나머지 반쪽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머지 반쪽 소유자가 일반인이라면, 합의로 철거나 재건축도 가능하겠지만, 영구적으로 쓰일 기념관이 들어서면 불가능해진다"면서 "나머지 반쪽을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1960년 3월 15일 현재의 마산합포구 오동동 165-7번지에 있었던 옛 민주당사 앞에 민중들이 몰려든 모습. /창원시
▲ 1960년 3월 15일 현재의 마산합포구 오동동 165-7번지에 있었던 옛 민주당사 앞에 민중들이 몰려든 모습. /3.15의거 기념사업회

ㄱ 씨는 지난해 5월 건물을 분리하는 공사를 먼저 하고 나서 기념관을 조성하거나 건물 전체를 다 매입해 달라는 진정서를 창원시에 냈다. 최근 공사 현장을 찾은 시 관계자들에게도 같은 뜻을 전했다.

그는 "훌륭한 의미로 조성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지만, 평생 일만 하다 겨우 남긴 재산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창원시가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면 시장실 앞에서 1인 시위라도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주주의 성지를 정비하는 좋은 취지에서 하는 사업인데 진행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계획이 정리되기 전에 민원을 접수했다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 진행 시 나머지 반쪽에 어떤 영향이 가는지 이른 시일 안에 조사하기로 민원인과 합의했고, 결과를 토대로 다시 이야기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45억 원을 투입해 상가건물을 재단장하고, 내년 3·15의거 국가기념일 이전에 상징공간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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