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2명 중 10명 법외노조 위법 판단·원심 파기
전교조, 정부 사과·전임자 현장 복귀·법 개정 요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를 통보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지 7년 만에 합법화 길이 열렸다.

◇법외노조 통보 처분 '위법'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교조는 지난 2013년 9월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부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았고, 그해 10월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노동부는 당시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을 근거로 삼았다. 이 조항은 노조 설립신고증 반려 사유가 발생하면 행정관청은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통보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교조는 곧바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본안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고 이번에 상고를 제기했다.

이번 상고심 재판의 쟁점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적법 여부'였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법외노조 위법' 선고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법외노조 위법' 선고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외노조 통보는 실질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원노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하는 것은 단순히 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노조로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노동조합법은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설립신고서 반려에 관해서는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많은 이익을 침해하는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법률이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노동부의 시행령 조항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봤다. 시행령 조항이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과하는 사항은 반드시 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는 것이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1987년 11월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 없이 부활시켰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소수 의견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은 적법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전교조 "정부 사과 필요" = 이번 판결을 두고 전교조는 "전교조를 제자리로 돌려놓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돌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 사무실로 날아든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팩스 한 장이 6만 명의 살아 숨 쉬는 노동조합을 하루아침에 법 밖으로 몰아냈다"며 "법외노조 7년 2507일의 시간은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일궈온 소중한 참교육 실천의 여정이었다"고 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 표명 △노조 아님 통보 취소와 4대 후속 조치(전임자 현장 복귀 명령, 전교조 사무실 지원금 회수 조치, 단체교섭 중단 및 단체협약 효력 상실 통보, 각종 위원회에서 전교조 위원 해촉) 철회 △법외노조로 말미암은 해직 교사의 즉각적인 원상회복 조치 실행 △교원노조법,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 폐지 및 관련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날 교육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존중하며, 이 판결로 7년여의 교육계의 오래된 갈등이 해소되고, 법과 행정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길 기대한다"며 "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향후 단체교섭, 노조 전임자, 사무실 지원, 직권면직자 복직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행정처분이 잘못되었음을 밝힌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는 뜻을 표했다.

전교조는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법외노조 지위가 유지된다. 전교조는 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대법원 특별3부는 이날 이를 기각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