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일을 하기 몇 년 전 중장비 부품 생산 업체에서 자재와 현장인력을 관리했다. 현장에서 10㎏이 넘는 쇠 제품을 다루다 보니 압착사고가 간혹 일어나기도 한다. 하루는 직원이 프레스에 손이 끼어 다쳤다. 부리나케 상처를 싸매고 차에 태워 20분 거리에 있는 읍내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읍내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부상이 아니었다. 다시 차를 돌려서 40분 정도 달려 창원 시내에 있는 한 병원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치료가 어렵다고 해서 결국 부산에 있는 큰 병원까지 가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사고 3시간 만이다.

큰 사고는 아니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진료하고자 가끔 읍내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대기하다 보면 지팡이를 짚고 병원을 오가는 노인들을 보게 된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하루에 몇 대 안 다니는 버스를 타고 힘들게 왔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서 치료를 제대로 받으려면 다시 시외버스를 타든지 사설 구급차를 불러 큰 도시로 나가야 한다.

지난달 25일 기생충으로 유명한 서민 교수가 <주간동아>에 남긴 인터뷰가 눈에 띈다. 지방 의사 부족과 관련한 질문에 "전국 출장을 다녀보니 혼자 차 타고 다니기 미안할 정도로 지방 도로망이 정말 좋더라"며 "차로 1시간 남짓 걸리기에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고 답했다. 그나마 차가 있고 자유롭게 운전하는 사람은 창원이든 부산이든 알아서 치료받으러 간다. 서 교수 말마따나 길이 좋으니 접근성도 좋다. 하지만 차가 없고 운전도 못 하는 농촌 노인은? 이동 조건이 열악한 이들은 주변에 너무 흔하다.

'접근성이 좋다'란 것은 일부 조건을 갖춘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야 하는 '보편적인 사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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