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성관계 보여준다고 음란하다 지적
어른들의 왜곡·편협한 시각 반성부터

얼마 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의 일환으로 배포된 성교육 도서가 문제가 되었다. 문제를 제기한 김병욱 의원은 해당 도서의 그림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동성애와 성적 소수자를 조장하고 미화한다고 하였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동성애를 조장하고 성관계를 외설적으로 묘사하는 동화책을 수거하고 배포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과연 여가부가 배포한 도서들이 성관계를 외설적으로 묘사하고 초등학생에게 성관계나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 것이라는 판단은 지극히 어른들의 사고에 근거한 것은 아닐까?

여가부는 "이 책들이 덴마크·스웨덴·프랑스·호주·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1970년대부터 출간돼 아동인권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거나, 세계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도서"라고 설명했다. 물론,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여 우리에게도 무조건적으로 좋은 도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몸을 드러내는 것, 성관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보기 민망하다' 혹은 '선정적'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하다.

성관계를 '재밌다', '하고 싶어진다' 등으로 표현한 부분은 부적절해 보이는 측면도 있으나 이를 이유로 전체 성교육 도서를 선정적인 것으로 매도하고 이를 회수하도록 하는 것은 더욱 적절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이라는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다양성, 차별과 인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

나는 성폭력과 관련한 교육에서 <슬픈 란돌린>이라는 동화를 종종 소개한다. 이 책은 아동 성폭력을 다룬 동화로 성인 남성이 아동을 추행하는 장면과 남성의 성기가 그려져 있다. 김병욱 의원의 잣대로 보면 이 동화 역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이 동화는 아동 성폭력 가해자가 어떤 방식으로 피해 아동을 침묵하게 하는지, 그럴 때 아동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교육용으로 매우 좋은 도서이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이 동화를 읽혀보면,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이 동화의 그림을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 동화를 보며 놀라는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인 것이다.

'나다움 어린이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왜 성기를 보여주는 것이, 성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선정적이라고만 인식하는 것인지, 아동과 청소년이 그것을 왜 선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는지, 아이의 시각이 아닌 어른의 시각으로 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혹은 성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도서는 초등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가 아니다. 아이 수준과 상황에 맞춰 부모 또는 교사가 적절하게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언제까지 '엄마 아빠가 손을 꼭 잡고 자면 아이가 태어난다'고 얼버무릴 것인가? 음란물 노출이 일반화되어 있는 아이들의 상황을 끊임없이 모른 척하며 이러한 도서가, 혹은 성교육이 아이들을 조기 성애화 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올드해도 너무 올드한 사고는 아닐까? 성교육 도서에 대한 비판에 앞서 남녀의 신체적 차이나 성관계를 음란하고 외설적인 것으로만 인식하는 어른들의 왜곡된 성인식과 우리 사회 성문화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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