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시군별로 4억 원 투입
도내 미술계, 사업 과정 지적
"공모 기간 짧아 작품 질 하락"

문화체육관광부와 전국 228개 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 우리 동네 미술'이 짧은 공모기간과 급한 진행으로 작품 질 하락과 예술인 편 가르기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공공미술이란 개념에 어울리게 진행될지 걱정이라는 뜻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미술계를 돕고자 진행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 중 하나다. 정부 759억 원과 자치단체 189억 원 등 948억 원이 들어가는 공공 미술 사업 예산으로는 최대 규모다. 예술인에게 미술작품 설치·벽화 그리기 등 일자리를 제공하고 도민에겐 문화향유 기회를 늘리는 게 목적이다.

경남도는 지난 12일 경남 지역에는 총 75억 원을 투입해 해당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었다. 시군별로는 4억 원이 투입된다. 시군마다 작가 37명 내외를 선발하여 작업 기간에 따라 1인당 약 50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도는 이번 프로젝트 추진으로 지역 예술인 일자리 670개와 40억 원 상당의 소득 창출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공고기간은 시군별로 다른데,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이주일인 곳도 있다. 접수 기간 또한 짧게는 하루뿐인 곳도 있고, 긴 곳은 15일 정도다.

27일 현재 경남지역에서 사업 작가 팀 공모가 끝난 시군은 18곳 중 14곳이다. 남은 곳 중 창원은 9월 2일에서 8일, 합천은 8월 28일에서 31일, 의령은 8월 21일에서 31일, 고성은 8월 26일에서 9월 1일 까지다.

사업 참여자로 선정되면 조형물과 벽화 등 예술작품 제작 관련 활동을 하게 된다. 기획 단계부터 지역주민과 지역 예술인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체 등을 구성해 설치장소, 사업유형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게 경남도 설명이다.

하지만, 미술계 인사들은 이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황무현 마산대 아동놀이심리학과 교수(창원시 문화도시지원센터장)는 14일 자 본지 칼럼을 통해 이 사업이 과연 공공 미술 프로젝트인지, 단순한 예술인 공공근로사업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시작 단계부터 과도한 예산, 일회성 프로젝트, 문화정책 실행 주체인 담당공무원들의 이해와 전문성 부족, 지자체별 차별성 부족, 유사 선행사업 모방 등의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역성을 담보하고 대중과 소통이 중요한 공공 미술의 특성을 제대로 구현하는 기획을 하기엔 공모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미술이란 아주 오랜 기간 지속할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한달 남짓한 공모기간에 미술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연구와 기획 기간이 빠지면 작품 연구를 덜 하게 되거나 아예 안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조악한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원식 경남미술협회 회장도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기획력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각 시군에 4억 원이라는 돈이 투입되다 보니 돈만 보고 이번 사업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며 "외지에서 오는 분들보다 이해도가 높은 지역 미술인들을 우선으로 작가 팀으로 구성하게끔 했기 때문에 지역에 필요한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비만 보고 쉽게 접근하는 미술가와 진지하게 공공 미술에 대해 고민하는 미술가 사이에 괴리가 벌써 생기고 있다. 천원식 회장은 "도내 미술계가 삼삼오오 편 가르기 식으로 네 편 내 편 나뉘어 버렸다"며 "사업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위원들이 제대로 역할 해줘야 사업이 좋은 결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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