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 막연한 공포감·분노 경험
완치·격리자는 낙인 고통 호소
자가검진·상담 적극 활용해야
"스트레스 자연스럽게 수용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우울, 불안, 분노, 외로움 등으로 정신건강을 위협받는 사례가 다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집안활동 증가에 따른 가정폭력·성폭력·아동학대·노인학대, 층간소음 갈등, 대중교통 내 마스크 미착용 시비와 폭행 등 지역사회 문제로도 번졌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생활방역 못지않게 공동체 면역력을 높이는 '심리방역' 역시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경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시·군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20곳은 코로나19 심리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창녕 국립부곡병원에 설치된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연계해 정신건강 상담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도내 확진자, 격리자, 가족, 일반인 등 전화·대면 상담은 2만여 건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최근 일주일 사이 자가검진과 면담을 요청하는 이도 늘었다. 앞서 경남도가 지난 4월부터 만 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도민 정신건강조사'에서 79.7%는 정서 불안, 38.8%는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결과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생겨나는 막연한 감염 공포와 경제적 어려움 토로였다.

31일 오후 3시 기준 경남지역 코로나19 완치자는 168명. 이들은 상담 과정에서 "사회로 돌아오니 주변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 "내가 잘못해서 걸렸다" 등 낙인 고통과 죄책감을 털어놓았다.

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누리집(www.gnmhc.or.kr)에서는 크게 7가지 문항이 담긴 '코로나19 마음건강 자가검진'을 할 수 있다. 센터는 완치 이후 격리에서 해제된 이들을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가검진 참여를 권하고 있다. 지난달 27일까지 145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4분의 1인 30여 명은 심층 면담까지 진행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감염병 격리자의 심리 반응은 △불안 △걱정 △외로움·그리움 △소외감·낙인 우려 △화 △우울감·무력감 △불면의 고통 △과도한 정보 집착과 피로 누적 등이다. 이에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격리자에게 행동 수칙과 계획을 알리는 한편, 전화·인터넷·영상통화를 이용한 소통과 규칙적인 식사·운동, 긍정적인 태도 등을 주문한다. "이것 또한 지나간다",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격려도 격리자가 스스로 돌볼 환경을 만들어준다.

특히 격리자 심리 특성 중 하나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심리적 불안'이다. "감염 걱정뿐 아니라 고립감, 가족과 지인을 향한 죄책감, 불면, 공황, 감염 이후 낙인 불안, 직장 문제 등을 경험하게 되고,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 이동·거주 자유를 일시적으로라도 박탈당하는 경험은 당혹스럽고 자기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재난 시기 감정의 변화나 스트레스 증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과 이웃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현옥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은 "완치자 가운데 특히 좁은 지역이나 직장에서 확진을 받은 이들은 자신 때문에 가족과 주변 사람까지 확진을 받았다며 불안, 우울, 사회적 고립감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부센터장은 "1차 유행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심리적 불안도 있지만, 안도감도 함께 있는 상황"이라며 "'나는 해당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나 지나친 불안이 아니라 외출 자제와 같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가족과 함께 정확하고 신뢰성 높은 정보를 취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감염병 재난 시기에 지역사회 인권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운동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장해야 할 인권으로 △건강권(신체적·정신적 건강) △정보 접근권(공공의 신뢰 확보) △노동권(비정규직·불안정 노동 종사자 보호) △낙인과 차별 방지 △과도한 사생활 침해 없는 최소한의 감시 △장기적인 회복과 후속조치 등을 꼽았다. 코로나19 심리 지원 24시간 상담전화는 1577-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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