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마산서 사랑방으로 재탄생
민요 체험·국악관현악 공연 등
지역민 대상 문화 행사 잇달아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향교에서 아리랑 노랫소리와 국악관현악이 울려 퍼진다. 조선시대 지방교육기관인 향교가 지역민의 문화사랑방으로 재탄생 중이다. 국악인들이 문화재청과 경상남도, 창원시의 지원을 받아 향교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교육, 공연, 체험 등 다양한 문화재 향유 프로그램을 진행한 덕분이다. 이달 마산향교와 창원향교를 찾았다.

▲ 지난 1일 마산향교에서 창원국악관현악단이 주관한 '선비문화 피움' 중 유생들의 국악놀이터가 열렸다. 이날 가야금을 배워 본 경험이 있는 배규리(왼쪽) 양이 어르신에게 가야금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 지난 1일 마산향교에서 창원국악관현악단이 주관한 '선비문화 피움' 중 유생들의 국악놀이터가 열렸다. 이날 가야금을 배워 본 경험이 있는 배규리(왼쪽) 양이 어르신에게 가야금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유생복 입고 국악기 배워 = 지난 1일 오후 2시 마산향교에 아이와 어른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쓴 유생복 차림으로 앉았다.

이날은 창원국악관현악단이 주관한 '선비문화 피움' 중 유생들의 국악놀이터가 열렸다. 사람들이 민요와 국악기를 배우는 자리다. 코로나19로 네 명이 앉는 자리에 두 명씩 띄어 앉아 약 40명이 참석했다.

강사를 맡은 소리꾼 김지혜는 경상도 대표 민요 '밀양아리랑'을 들고나왔다. 그는 사람들에게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주먹을 잡고 발을 구르면서 큰 소리로 앞부분을 강조해서 부르세요"라고 시범을 보여줬다. 이어서 그는 "밀양아리랑은 끝음 처리가 매력적이다"며 "'아라리가 났네에에에'에서 끝음은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노래를 부르면서 몸짓도 함께했다. 얼마나 열성적인지 휴대폰으로 동영상까지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어 참가자들은 가야금, 해금, 피리 등 국악기를 배웠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에서 가야금을 보고 실제로는 처음 봤다"며 흥미로워했다.

배규리(9) 양은 이날 엄마와 함께 향교에 처음 왔다. 배 양은 "유생복을 입으니 겸손해지는 것 같다"며 "밀양아리랑이 어떤 노래인지 설명을 듣고 직접 불러보니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연옥 창원국악관현악단 단장은 "향교에 지역민의 활기가 넘쳐서 좋다"며 "아이와 주민이 유교·선비정신을 배우고 국악기를 직접 연주해봄으로써 우리 지역의 향교를 알고 본래 기능을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 지난 22일 창원향교에서 열린 '전통과 현대의 만남 풍류 21' 공연. 향교를 배경으로 한 무대가 음악을 더 멋들어지게 했다. /김민지 기자
▲ 지난 22일 창원향교에서 열린 '전통과 현대의 만남 풍류 21' 공연. 향교를 배경으로 한 무대가 음악을 더 멋들어지게 했다. /김민지 기자

◇국악관현악이 향교를 감싸네 = 지난 22일 오후 6시 창원향교 풍화루에서 대금산조가 울려 퍼진다. 대금의 선율이 늦은 오후 덥지 않은 날씨에 적당히 부는 바람을 타고 관객을 맞이한다. 이날은 ㈔경남국악관현악단 휴가 주관하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 풍류 21' 중 국악관현악 공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공연에 앞서 송철민 경남국악관현악단 휴 단장이 창원향교를 같이 둘러보며 홍살문, 200년 된 느티나무, 명륜당, 동재·서재, 대성전을 설명했다. 대성전에 오르는 계단에 오른발을 먼저 디디고 다음 왼발을 모아 디디면서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송 단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연이 열리는 마당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의자는 띄엄띄엄 배치했고 관객 20여 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관람했다.

소리꾼 민정민의 사회로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이 돋보이는 곡이 연주됐다. 국악과 고전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프론티어', 어부의 삶을 관현악으로 표현한 '신뱃놀이', 현대인의 고독과 갈등을 담은 '방황',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조용필의 노래 '바운스' 등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얼씨구", "잘한다" 등 추임새와 박수로 보답했다. 향교를 배경으로 한 무대가 국악관현악의 연주를 더 빛나게 했다.

집에 있던 이미옥(52) 씨는 예행연습 음악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 동네에 살지만, 향교 방문은 처음이라는 이 씨는 "자연과 더불어 향교에서 국악관현악 연주를 들으니 편안하고 색다르다"고 말했다.

송철민 단장은 "향교가 창원의집에 있는 줄 아는 분들이 많더라"며 "이번 프로그램으로 창원향교가 어디에 있고 어떤 곳인지 알게 된 분이 많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덧붙여 "앞으로 창원향교에서만 볼 수 있는 음악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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