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부동산 정책 등 네 탓 공방 얽혀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만 들면 미래 암울

칡넝쿨과 등나무는 다른 나무나 물체를 휘감은 상태로 생존하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둘은 서로 엉키면 좀처럼 풀기가 어렵다. 이런 속성 때문에 '갈(칡 葛)등(등나무 藤)'이란 용어가 생겼다. 세상사 삶과 정치도 사람 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요체다.

그런데 여야 정치권은 허구한 날 '범과 사자'처럼 서로 으르렁대며 국민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이 탓에 국민이 나라와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갈등은 상대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가 아닌 틀렸다에서 출발한다. 사람 간 갈등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할 때 해소된다. 칡넝쿨과 등나무의 엉킴을 풀려면 양쪽 모두 힘을 뺄 때만이 가능하다. 정치권은 이런 이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여야 어느 한쪽만 힘을 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복 75주년을 맞은 올해도 정치권은 여전히 친일논쟁을 시작으로 민심을 편가르고 있다. 사람 나이 75세는 김치로 치면 묵은지도 한참 묵은지다. 하지만 정치권은 묵은지는커녕 풋김치 수준도 못 된다. 한쪽은 친일 청산 요구를, 한쪽은 친일 몰이 중단으로 대립하면서 막말 논쟁을 일삼고 있다.

'코로나19'를 확산한 광복절 집회를 두고도 서로 '네 탓'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다 '조국 대 윤석열', '윤석열 대 추미애', '촛불 대 태극기 부대', '부동산 정책의 효과와 실패' 등을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정쟁만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갈등의 정치는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을 부른다는 점이다.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적이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때 아들이 나란히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들의 이런 아픈 역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가 어렵다.

언제까지 이런 아픈 역사를 반복해야 하나. 원인은 정치권이 과거에만 얽매이다 보니 국가의 미래를 못 보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 강대국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길은 나라의 뱃머리를 과거가 아닌 미래로 돌리는 것이다. 이는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근간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여야 어느 쪽이든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다소 저항을 감수하더라도 추진할 건 추진해야 한다. 거대한 흙탕물도 시간이 지나면 물밑을 드러내듯 잘못된 과거라면 아무리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법이다.

국가의 미래를 못 보는 현 정치권의 눈먼 정치인들을 보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다들 오십보백보다.

칡넝쿨과 등나무가 맞붙어 서로 누가 이기는지를 대결하는 현 갈등의 정치를 청산하지 않는 한 국가의 미래는 암울하다. 인간만이 과거에 집착하는 동물이라면 미래를 꿈꾸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통 큰 정치인들은 언제 출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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