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거리두기 강화
행사 취소·연기·중단 '직격타'
예술인 생계 위기감 더 커져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경남지역 주요 공연장과 미술관이 지난 2월에 이어 또 임시 휴관했다. 지난 5월 정부가 시행했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면서 그나마 기지개를 켠 도내 문화계가 일시정지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더 강화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예술인은 "지난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며 올해 공연은 접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주요 행사 차질 불가피 = 경남문화예술회관과 경남도립미술관, 창원문화재단, 김해문화재단 등 주요 기관이 2주간 문을 닫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 여부에 따라 임시 휴관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문화예술기관이 기획한 공연·전시가 취소 또는 연기됐다.

내달 17~19일 첫 창단극을 선보일 경남도립극단은 대면 공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남도립극단은 지금 '공연'을 목표로 연습 중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내려지면 실내외 10인 이상 모임이 전면 금지돼 연습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민기 경남도립극단 사무국장은 "공연 장소인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지난 23일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며 "이 기간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비대면 공연 등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년마다 열리는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창원문화재단의 주요 행사다. 오는 9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성산아트홀과 용지공원(포정사)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이 아닌 비대면(온라인) 전시로 열 가능성이 커 가상현실(VR) 촬영, 온라인 개막식 중계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성호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은 "개막은 원래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현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개막식을 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한 단계 더 격상되지 않는다면 비엔날레를 비대면으로라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지난 23일 상황 종료 시까지 임시휴관한다는 안내문을 입구 현관에 부착했다.  /경남문화예술회관
▲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지난 23일 상황 종료 시까지 임시휴관한다는 안내문을 입구 현관에 부착했다.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관하기 별 따기 = 도내 민간 예술단체와 예술인은 예정된 대관 공연이 취소되자 공연을 연기하거나 부랴부랴 공연장소를 물색 중이다. 대관 일자를 조정해 공연을 연기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공연을 못 한 예술단체와 예술인이 하반기에 몰리다 보니 공연장을 찾기도 어렵다.

춤패 뉘 무용단은 오는 9월 3일 공연을 10월로 미루었다. 박은혜 예술감독은 "저희는 다행히 대관이 잡혔는데 옮기는 팀 중 대관일을 확정하지 못한 팀도 있는 것 같다"며 "한 예술단체는 원래 소극장을 대관했으나 연기돼 돈을 더 내고 대극장으로 바꾸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3일 공연 예정이던 경남호른앙상블은 창원문화원이 문을 닫자 수소문해 가까스로 공연장을 바꾸었다. 하루 앞당긴 2일 창원 동읍 스타인웨이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이 관계자는 "지난 목요일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장소 섭외하고 팸플릿 수정하고 바빴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의 경우 실내 50명 이상 모임과 행사가 전면 금지돼 최소 지인들만 초청해 연주회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최악에는 지자체나 재단, 진흥원 지원을 받은 예술단체와 예술인의 경우 공연·전시장소를 찾지 못해 사업을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도내 전시공간과 작가들은 더는 전시를 미룰 수 없어 진행 중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합포고교 수학 교사 출신인 박화열 작가는 롯데백화점 마산점 더갤러리에서 오는 31일까지 '청담 박화열'전이라는 이름으로 서각 전시회를 연다.

박 작가는 "코로나 때문에 보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속상하다"며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하니까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힘이 들지만, 전시회는 중단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 대안공간 로그캠프는 오는 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우리들의 오늘은'이란 이름으로 조현수 작가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로그캠프 박준우 작가는 "로그캠프에는 전시회 오프닝 파티를 따로 열지 않으면 한 번에 10명 이상의 사람이 한 전시공간에 있던 적이 거의 없다"며 "작업을 하고 공간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상황이 힘들지만 안전하게 전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위기감 큰 예술인 = 극단 큰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정도 공연이 줄었다. 지역 축제가 취소되고 외부 초청 공연이 줄어든 까닭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높아지면서 급기야 산청군 동의보감촌 상설마당극 공연마저 중단했다. 극단 큰들의 상설마당극은 동의보감촌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았다.

진은주 극단 큰들 기획실장은 "지난봄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시는 공연을 준비하던 입장에서 (공연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싸워야 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사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시정지가 돼 위기감이 그때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는 9월 5일 제5회 창원국악예술제를 열 예정이던 정명갑 단장은 행사가 취소될지 연기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 단장은 "저 같은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주민센터, 복지회관 수업이 중단돼 생계가 힘들다"며 "예술계 상황이 안 좋다는 걸 넘어 올해 공연은 접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