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윤활유 보관 창고 화재로 낙동강 너머 양산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12일 오전 11시 38분께 김해시 상동면 한 윤활유 첨가제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나 1386㎡ 규모 창고 4개 동을 모두 태우고 인근 택배업체와 타이어업체·주택가 등지로 번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인력 350명, 장비 59대를 동원하고 5시간 만인 오후 4시 44분께서야 큰 불길을 잡았다. 

인근 주민과 공장 노동자 수십 명이 대피하고 부상자가 생기는 등 큰 화재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로 6㎞가량 떨어진 양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후 화재 진압이 한창 이뤄지고 있을 때 일부 지역에 검은 비가 내린다는 민원과 제보가 쏟아졌다. 

김해 화재 현장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검은 비가 양산 일부지역에서 내리고나서 곳곳에 기름 흔적이 드러나 농작물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현장 점검에 나선 김일권 양산시장./이현희 기자
김해 화재 현장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검은 비가 양산 일부지역에서 내리고나서 곳곳에 기름 흔적이 드러나 농작물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현장 점검에 나선 김일권 양산시장./이현희 기자

양산시와 소방당국은 원인 모를 검은 비는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분진이 비에 섞여 김해와 양산 일부 지역에 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창고에는 윤활유 첨가제 200ℓ드럼 400여 개가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가 그치자 물이 고여 있던 자리에는 검은색 기름띠가 선명하게 남았고, 비를 맞은 농작물에도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나는 등 당장 출하를 앞둔 채소류 농작물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 역시 민원이 잇따르자 다음날인 13일 긴급대책반을 편성,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나섰지만 자연재해로 보기 어려워 보상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장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악취가 바람을 타고 양산지역에 머물면서 밤새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시청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발생 초기만 하더라도 평소에도 분지 지형으로 악취 민원이 많았던 물금·동면 신도시지역에서는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김해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악취로 추정되면서 인체 유해 여부를 놓고 불안도 커졌다. 현장에서 윤활유 등 화학물질을 보관했다는 사실 탓에 단순한 악취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카페에는 악취 관련 글이 이날 저녁부터 아침까지 밤새 수백 건이 올라왔고, 대부분 목과 코에 통증이 생기고 눈까지 따갑다며 호소하는 이들이었다. 오랜만에 비가 그치자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놓고 잠든 집은 오후 11시께부터 더욱 심해진 악취가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다행히 해 뜰 무렵부터 상황이 나아졌지만 이미 집안과 베란다, 아파트 복도, 지하주차장 등에 악취가 남아 한동안 불편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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