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업체 변경·고용승계 안 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부터 부당해고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던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원이 결국 일손을 놨다. 이들이 주장하는 '부당해고'에 대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한, 이 같은 일은 전국 공동주택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나, 이를 제재하고 관리하는 법망은 한계가 있다. 

창원시 진해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인 홍봉희(61) 씨는 지난 6월 억울하게 해고될 처지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에서 5년 넘게 일한 홍 씨는 지난 5월 4일 연차 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부터 시말서 제출을 요구받았고, 이후 해고 압박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서 일한 경비 노동자 주기한(55) 씨도 비슷한 시기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주 씨는 지난해 10월 이 아파트에서 일을 시작해 3개월 수습기간을 거친 후 올해 1월, 3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3월 31일 3개월 계약 만료 후 관리업체 측은 재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주 씨는 관례로 1년 계약이 맺어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주 씨는 다른 경비 노동자와 함께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두 사람은 이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해고·계약만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 씨는 6월 30일부로 계약만료 처리됐다. 홍 씨는 이달 아파트 관리업체 교체와 함께 해고됐다. 주 씨와 홍 씨를 제외한 나머지 관리 직원은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모두 고용 승계됐다.

홍 씨는 "언론 인터뷰 등으로 아파트 이미지가 훼손됐다, 근무태도가 불량하다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더니 결국 해고했다. 휴무일에도 자발적으로 나와 일을 하곤 했는데, 샤워용 온수 사용 트집을 잡았다"며 "지난 5년여간 이 아파트에서만 관리소장 8명, 경비원 30여 명이 교체됐다"고 말했다. 주 씨는 "3개월 계약이 끝나고 나서, 계약서 한 장 쓰지 않았다"며 "계약도, 해지도 결국은 입주자대표 마음대로"라고 억울해했다.

이들 주장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두 사람에 대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아 관리업체에 직원 교체를 요구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계기로 관리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일 뿐, 입주자대표회의가 두 사람 해고를 종용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이들 교체 요청 사유로 허위사실 유포, 근무자세 불량, 업무 태만, 불친절을 들었다. 대표회의 회장은 "홍 씨는 휴무일인 매주 토·일요일 오후 4시 전후, 본인 샤워 용도로 관리사무소 보일러를 무단으로 연 30회 이상 사용했다"며 "빈번한 무단 이석과 청소 지시 미이행, 각종 도구 정비·정리정돈이 불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 씨에 대해서도 회장은 "주민에게 인사도 하지 않는다는 등 불친절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상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 소속 직원이나 경비원에게 해고를 요구할 순 없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주택관리자가 공동주택을 관리하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자 직원인사·노무관리 등 업무수행에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반 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행정도 한계가 있다. 진해구청 관계자는 "앞서 해당 아파트를 방문해 원만한 문제 해결을 바라며 협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행정이 아파트 관리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고용 승계를 강요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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