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힘'주제 관련 영화 상영
청년·노인·환경문제 담고 있어
28∼30일 남구체험휴양마을서

남해군 지역민들로 구성된 둥지기획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골영화제'를 연다.

지난해 처음 열린 행사인데, 7월에서 11월까지 한 달에 한 편씩 상영되는 방식이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 등으로 28일에서 30일까지 3일간 연속해서 6편을 상영한다. 장소는 남해군 남면에 있는 남구체험휴양마을(시크릿바다정원) 다목적실이다.

◇작지만 알차고 의미 있는 영화제

시골에서 열리는 영화제라고 그냥 인기 영화 상영회 정도라고 보면 안 된다. 2018년 남해여성회 주최로 열린 독립영화제 '손뼉영화제'가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제나 영화 선정이 여느 영화제 못지않게 진지하다.

지난해 주제는 젠더나 이주민 등 문화다양성이었다. 이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선정하고 감독과 만남 행사(GV)와 강연도 진행했다. 매번 관객들이 많이 찾았는데, 다음 후기를 보면 시골영화제가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들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잘나가는(듯한) 강자의 무리에 끼고 싶어하고 찌질한(듯한) 약자의 무리와는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속물근성 가득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소유 욕망 가득한 무한 경쟁의 시대, 우리는 어쩌면 스스로는 자신이 없기에 나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고 '잘난' 집단에 기를 쓰고 들어가고자 하고, 나 정도면 괜찮다는 위안을 얻고자 '못난' 집단과 선을 긋고 그들을 무시하는지도 모르겠다." - 2019 시골영화제 정선영 씨 후기 중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지만, 초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와의 사이를 엄마에게 고민하며 털어놓던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인공인 선이의 모습이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함과 가슴 아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선이 어머니가 아무리 일상이 힘들고 지쳐도 아이에게 최대한 맞춰 대처해주는 모습에 나는 어떤 엄마인가 또 한 번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 2019 시골영화제 최은정 씨 후기 중

▲ 남해군 지역민으로 구성된 둥지기획단이 지난해 처음 열었던 시골영화제. 사진은 지난해 행사 모습. /둥지기획단
▲ 남해군 지역민으로 구성된 둥지기획단이 지난해 처음 열었던 시골영화제. 사진은 지난해 행사 모습. /둥지기획단

◇청년의 삶, 고령화 등 지역 의제로 가득한 영화들

올해 주제는 '로컬의 힘'이다. 로컬(지역 혹은 지역성)이란 큰 개념 아래 환경, 청년(취업), 노인(고령화)과 관련한 영화 6편을 선정했다. 모두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28일 오후 6시 30분에 상영되는 개막작 <시인 할매>(이종은 감독, 2019년)는 뒤늦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 평균 연령 80세 할머니들이 쓴 시를 중심으로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초반에 지역 출판사 남해의 봄날에서 낸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처럼 뒤늦게 글을 배우고 새로운 삶에 눈뜬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한창 화제가 될 때 개봉한 영화다. 상영이 끝나고 이종은 감독과 만남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영화제 둘째 날인 29일 상영작 중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김영조 감독, 2017년)와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하는 <인생 후르츠>(후시하라 겐시 감독, 2017년) 역시 우리가 다시 살펴봐야 할 노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구체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도시 재생으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부산 영도 원주민 할머니들을 담은 작품이고, <인생 후르츠>는 90세 건축가 츠바타 슈이치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 87세 츠바타 히테코 할머니를 통해 인생의 의미와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영화다. 이날 오후 4시 30분 상영하는 <다크 워터스>(토드 헤인즈 감독, 2019년)는 세계 최대 화학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 사실을 폭로한 대형 로펌 변호사 롭 빌럿의 이야기를 담은 극영화다. 이날 지역 현장 문화활동가로 유명한 지역문화진흥원 김영현 원장 초청 강연이 예정돼 있다.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11시에 상영되는 <우드잡>(야구치 시노부 감독, 2014년)은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 산골 오지 마을에서 산림관리 연수를 하게 된 백수 청년 이야기를 통해 요즘 시대 젊은이들의 삶을 살펴보는 영화다. 이어 오후 3시 30분에 시작하는 폐막작 <내일>(멜라니 로랑, 시릴 디옹 감독, 2018년)은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농업,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교육 5가지 주제로 담은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관람은 무료다. 공연장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에 마스크와 발열 확인은 필수다. 또, 좌석도 먼저 온 순서에 따라 40~50석 사이로 한정된다. 자세한 내용은 둥지기획단(정보름 씨) 010-7743-0816으로 전화해 물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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