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 토론회서 구체화
하반기 제정 목표 발의 준비

오는 15일 75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경남에서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김영진(더불어민주당·창원3) 위원장은 '경상남도 대일항쟁기 일제 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안' 제출에 앞서 11일 도의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조례안은 도내 일제 잔재와 매국행위 관련 실태조사, 친일 반민족 행위자 기념·추모행사 지원 제한, 일제상징물 청산에 필요한 예산 확보, 5년 주기 경남도 일제잔재 청산 추진 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등을 담았다.

이번 조례안의 특이점은 '정의' 부분의 구체성이다. 조례안 2조에서 '대일항쟁기', '일제잔재', '일제매국노',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정의를 설명하고, 별지를 통해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뜻하는지 29가지 조항에 나눠 구체화했다.

김 의원은 "조례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정의다. 정계·학계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고 있고, 어디까지를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볼 것인지에 따라 이 조례의 실효성 여부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조례안에서 정의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는 △을사늑약(을사조약), '경술국치(한일합병조약)' 등 일제의 국권침탈에 협력한 자 △위관급 이상 장교로 재직한 자와 오장급 이상 헌병으로 활동한 자, 친일매국 행위가 뚜렷한 일반 군인 △학병·지원병·징병·징용·공출·국방헌금 등을 선전·동요하거나, 강요한 자 △항일항쟁의 경력이 있으나, 변절해 일제에 협력한 자 등 29가지 행위를 저지른 자이다.

▲ 경남도의회는 11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상남도 대일항쟁기 일제 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 제정' 토론회를 열었다.  /이혜영 기자
▲ 경남도의회는 11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상남도 대일항쟁기 일제 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 제정' 토론회를 열었다. /이혜영 기자

김 의원은 "조례에서 말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정의는 2003년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반민족규명법)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선정기준을 적용했다. 이렇게 적용함으로써 친일반민족행위자는 반민족규명법의 1006명을 훨씬 넘어선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기준인 4389명 외에도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앞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친일청산의 의의와 사례'를 주제로 발제했다. 방 실장은 친일 청산이 일회성, 계기성, 전시성 사업이 되지 않으려면 공적 기구 안에 담당 부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실장은 "광주광역시는 민주인권평화국-민주인권과 안에 '친일잔재 조사 및 청산' 업무 담당자를 지정했고,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정책국-민주시민교육과 안에 '교육현장 친일잔재 조사 및 청산 사업' 담당자를 지정했다. 친일 청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는 창원 고향의봄 도서관 지하 이원수문학관을 예로 들며 나란히 전시된 친일 시와 옹호 글이 오히려 청소년에게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이번 조례는 친일 반역을 해도 문학 업적이 뛰어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예산으로 운영되는 이들 관련 사업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남도와 산하기관에만 적용되는 조례지만, 이를 계기로 시군 친일청산 조례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는 일제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학교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김 의원은 하반기 조례 제정을 목표로 '경상남도교육청 대일항쟁기 일제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 발의를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경상남도교육청 역사교육 활성화 조례'는 도의회 교육위에서 심의 보류됐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이 조례도 다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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