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가두고 산 깎아냈다가 수해·산사태
그런데도 후안무치하기만 한 위정자들

전국이 물난리다. 중부지방이 홍수와 산사태로 신음할 때 남쪽 자락은 그 지겨운 장마전선이 별 존재감 없이 지나쳐주어 감사했는데 아뿔싸 너무 빨리 마음을 드러낸 덧이 난건가, 장대비를 쏟아 붓더니 섬진강이 범람하여 수많은 피해를 안겼다. 섬진강 변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학교를 오가던 포구 마을들도 물에 잠긴 것을 보니 홍수를 시우라 부르며 누런 황톳물에 거품을 둥둥 떠안고 거침없이 흘러가는 강물이 꿈에 볼까 무서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자연은 무섭다. 그 무서움이 끈질기게 별자리의 변화를 좇게 했고 그것을 기록한 것이 역사라는 단어의 처음 시작이었으니 하늘이 노했다는 작금의 이 지경을 겪으면서 새삼 역사가 두렵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하늘이 정말 노한 것일까. 팔십 평생에 처음이라는 물난리에 화개장터는 37년 만에 물에 잠겼단다. 이 정도면 왕조시대라면 시골 구석부터 상서가 빗발치고 나라님은 모골이 송연하여 종묘와 사직단에 나아가 하늘을 향해 읖조렸을 것이다. 하지만 치수를 잘 해서인지 개명한 세상의 덕인지 나라를 위해 뽑아놓은 위정자들이 반성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백성들 염장 지르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난무하니 하늘은 아직 제대로 본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닌지 모골이 송연하다.

수해로 전국이 신음하니 말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늘 무서운 줄은 알고 나팔을 불어야 한다.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에 그나마 버틴 것이 4대 강 사업을 한 덕이라며 섬진강은 거기에 빠져 있어서 이번 물난리가 났다니 정말 그렇다면 모를까 함부로 할 말은 아니다. 섬진강 유역의 홍수 피해는 피해지역 주민들에 의하면 기록적인 폭우에다 상류 댐의 방류, 만조시간이 겹쳐서 일어났다고 한다. 보 하나 막아 놓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4대 강도 마찬가지이다. 보들이 홍수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믿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성난 물을 가두면 보 위쪽이 피해를 입는데 그것을 예방할 아무런 장치도 없이 덜렁 보만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훤하다. 이명박 정권의 4대 강 사업이 좋은 것이었고 지금 정부가 보를 두고 시비를 거니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무용지물에다 강의 흐름까지 막아 놓았으니 두렵기는 한 건가.

이 정부도 4대 강 저만 가라 할 지경이 엿보인다. 신재생 에너지 확보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멀쩡한 나무들을 베어내고 비탈을 깎아 만든 태양광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국 태양광 단지의 1%가 넘는 곳이 산사태가 났고 토사 유출은 엄청났을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 등 환경문제도 만만찮다고 한다. 4대 강 사업이 건설업 출신 대통령이 건설업자들 배불려 주려고 한 사업이라는 비아냥처럼 문재인 정권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하며 역사를 두려워해야 그 터전이 살 만해지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지난 정권 탓하고 부동산 법으로 국민을 어렵게 하면서 진작 자기들은 그 법과 따로 놀고, 자기들이 뽑은 검찰을 못 잡아먹어 안달하며 호남 출신들로 요직을 채워놓고 검찰 개혁 운운한다. 후안무치는 정치가 할 짓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세력이 민주주의를 방탄하였다는 역사를 짓는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시골 촌부는 물에 젖은 깨를 털어내며 진정 하늘이 무섭다. 이것이 한 범부의 소견이면 더 할 나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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