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상추·호박 등 '희귀품'경매 시작하자마자 완판돼
수박·복숭아 당도 낮아 가격 하락…정부 수급조절 나서

49일째 이어진 장마로 상추·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11일 오전 10시에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농산물도매시장 채소판매동. 도매상인들은 재고정리를 하고 있었다. 채소류, 특히 배추와 상추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희귀품종이 됐다.

한 채소도매상은 "공급 물량이 부족해 배추, 상추, 애호박 등은 금세 팔린다. 새벽 5시 경매 땡하면 다 동나는데 이 시간에 오면 당연히 없다"고 말했다.

청과시장에는 수박과 복숭아가 수십 상자씩 쌓여 있었다. 한 도매상은 "새벽부터 나와 있는데 안 팔린다, 안 팔려. 그나마 거봉, 밀감, 포도는 먹을만해서 사가는데. 복숭아는 안팔리고 수박은 이 큼직한 것 1000원에 떨이해서 조금 팔았어. 비 맞으니까 당도가 떨어져서 맛이 없지. 이것도 오후 되면 다 썩어. 버리거나 골라내서 팔아야 돼"라며 허공을 쳐다봤다.

▲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농산물도매시장에 팔리지 않은 수박과 복숭아가 쌓여있는 반면 상추 등 채소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안지산 기자
▲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농산물도매시장에 팔리지 않은 수박과 복숭아가 쌓여있는 반면 상추 등 채소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안지산 기자

같은 날 오후 하나로마트 창원점 신선 코너. 돼지고기를 카트에 담은 한 주부가 상추를 들었다가 가격표를 보고는 망설이다 내려놓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돼지고기보다 더 비싼 가격이다. 뉴스에서 비싸졌다는 말만 들었지 마트에 와서 직접 보니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복숭아, 수박은 행사상품에 포함돼 평소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밥이 인기를 얻어 밥상 물가가 오른 것도 채소 가격 오름세에 한몫했다. 동남통계청이 지난 4일 내놓은 '2020년 7월 경남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경남지역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상승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채소류 가격이 매섭게 치솟고 있다. 10일 기준 얼갈이배추(4kg)의 전국 평균 도매가격은 1만 7240원으로 한 달 전(8592원)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적상추(4kg) 평균 도매가격도 5만 3940원으로 한 달 전(3만 792원)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애호박도 마찬가지다. 한 달 전 20개당 1만 5952원이었으나 약 4배 뛴 5만 6180원에 육박했다.

도내 유통계 채소류 가격도 올랐다. 11일 농협창원공판장의 얼갈이배추(4kg) 평균 경매 낙찰가는 1만 2700원, 적상추(4kg) 가격은 3만 3400원, 애호박(7kg) 가격은 3만 2700원이다.

반면, 과수 물가는 떨어졌다. 농협창원공판장 기준 천도복숭아(10kg)의 이번주 평균 경매 낙찰가는 지난주(2만 3300원)보다 34.76% 떨어진 1만 5200원으로 집계됐다. 수박 가격도 떨어졌다.

수박(6kg)의 평균 경매가는 지난주 3500원에서 51.43% 떨어진 17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창원공판장 경매팀 관계자는 "장마 탓에 상추, 깻잎, 호박, 오이, 가지 등 하우스 농가들의 피해가 크다. 물량도 원활히 들어오지 않아 시세가 오르고 있다. 9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숭아는 낙과 피해가 많아 농가 근심이 크다. 복숭아와 함께 수박은 장마 탓에 당도가 많이 떨어져 소비자 호응도 부족해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농산물도매시장에 팔리지 않은 수박과 복숭아가 쌓여있는 반면 상추 등 채소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안지산 기자
▲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농산물도매시장에 팔리지 않은 수박과 복숭아가 쌓여있는 반면 상추 등 채소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안지산 기자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배추, 무, 상추, 애호박, 깻잎 등 하반기 소비가 많고 민생에 밀접한 주요 농산물 중심으로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수급 불안으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비축물량과 농협 출하조절시설 비축물량을 1일 50~100t씩 방출하고 채소가격안정제 약정 물량을 활용해 조기 출하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기상 여건에 따라 작황 변동성이 큰 얼갈이배추, 상추, 애호박 등 시설채소는 장마 장기화 등에 따른 병해 발생 등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약제 할인 공급(30~50%), 방제 지도 강화를 통해 안정 생산을 지원한다.

농협은 전국 하나로마트 2300곳에서 '호우피해 농산물 팔아주기'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할인행사는 최근 가격이 오른 상추, 얼갈이배추, 열무, 오이 등 주요 엽채류를 대상으로 13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다. 행사 기간 전국 하나로마트를 방문할 경우 시중보다 20∼30% 싼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상추, 깻잎, 청경채, 얼갈이배추, 오이, 호박 등에 대해서는 유통업체 등과 협력해 할인쿠폰 발행 등을 추진하고 농협계약재배 물량을 활용해 토마토, 풋고추, 호박, 오이, 가지 등을 조기 출하하거나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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