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재난재해기금 등 가용자원 총동원"강조
기재부 '재정부담 반대'에도 정치권 요구 커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전국적인 호우 피해와 관련해 "충분한 재정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정치권 일각의 요구인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3차 추경 등 적극적인 예산 집행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기획재정부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때마침 기재부가 11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과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수치) 적자규모는 역대 최대인 111조 원에 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에서 "이제 도로와 철도, 댐과 제방 등 주요 시설과 침수된 주택과 상가, 농경지를 신속히 복구하는 데 범정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며 "피해 복구에 차질이 없도록 재정지원 대책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예비비와 재난재해기금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재정 지원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예비비와 재난재해기금 활용은 그간 기재부가 꾸준히 언급해온 재정 수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각 부처의 기정예산(재해 복구 등을 목적으로 이미 편성한 예산)이 있고, 재해복구에 필요한 예산이라는 것이 올해 예산이 아닌 내년 예산으로 확보해도 크게 늦지 않은 상황도 있다"며 "정부는 현재 재해 대책 예비비 1조 9000억 원, 일반 예비비 7000억 원 등 총 2조 6000억 원의 예비비도 확보하고 있다"고 4차 추경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는 그러나 정부 고충에 아랑곳없이 4차 추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일 이해찬 대표와 박광온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차 추경 필요성을 거론한 데 이어, 11일에도 다수의 민주당 의원이 추경 편성에 힘을 실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충북 음성 수해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정은 모자라고 지출이 필요해지면 추경을 하는 것"이라며 "복구대책, 예방책을 만들려면 지금 예비비를 다 합쳐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국적 피해가 집계되고 있으니 보고를 받고 적극적으로 추경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도내에서는 김두관(민주당·양산 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정 여건을 핑계로 재난 상황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며 "수해 지원을 위해 신속히 4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 피해를 입은 지역민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통합당도 4차 추경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수해지역인 하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해 복구를 위해) 정부가 예비비를 쓰고 나서도 돈이 부족할 것 같으면 어쩔 수 없이 4차 추경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에도 "수해가 너무 극심해 재난 지역이 많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예산이 책정된 게 없다면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지금 쓸 수 있는 예산을 조속히 집행해 피해를 복구하고, 그래도 부족분이 있다면 추경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희석 통합당 부대변인은 이와 별개로 "추경이 필요하면 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이 정부는 선심성 확장 재정을 멈출 생각이 없다. 나라 곳간에 쌓인 자산은 정권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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