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남해로 들어가는 듯한 백두대간
금자라에 비유해 산 이름 유래로
정홍원 전 총리 태어난 대송마을
생가·300년 된 느티나무 눈길

금오산 드라이브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간에 <미스터트롯> 정동원 군의 집을 중심으로 하동군이 만든 정동원길과 하삼천마을까지 갔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옛 남해고속도로 구간을 달립니다.

정동원이 살던 집을 고친 우주총동원 카페를 지나면 펜션과 캠핑장을 겸한 하동 금오산랜드 입구입니다. 조금 더 가면 진교전망대도 나옵니다. 가까이는 나무 숲이 시야를 가리지만, 지리산 방향으로 멀리 내다보기는 좋은 곳입니다. 돌담이 인상적인 하삼천마을을 에돌아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 하삼천회전교차로가 있습니다. 교차로를 한 바퀴 돌아 내려온 길 바로 옆 도로로 빠집니다. 그래야, 금오산 자락을 따라 계속 달릴 수 있습니다.

◇산골마을 덕포, 대송, 대치

▲ 금오산 정상에서 본 사천·남해·광양만. /경남도민일보 DB
▲ 금오산 정상에서 본 사천·남해·광양만. /경남도민일보 DB

도로 이름이 주교로네요. 주교로를 따라 동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덕포마을이 나옵니다. 덕포마을 전에 큰 도로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동군 지명지>(하동문화원, 1999년)를 보니 덕포마을은 원래도 평온하고 아늑한 산골 마을이었다는데, 1970년 금남중학교가 생기면서 급격하게 발전한 마을이라고 합니다. 덕포마을을 지나면 도로를 따라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이 펼쳐집니다. 금남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면 다시 금오산 자락으로 좌회전해야 합니다. 안내판이 따로 없으니 '대덕장여관'이 보이면 그 옆 도로로 들어간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고 나면 개고개라는 오르막길입니다. 고개에 올라서면 갑자기 풍경이 탁 트입니다. 들판, 마을 너머 저 멀리 은은하게 하동과 남해, 광양 땅이 둘러싼 바다가 보입니다.

고개 아래로 바로 보이는 동네가 대송마을입니다. 정홍원(76) 전 국무총리가 태어난 곳입니다. 대송은 근처 중평, 대치, 덕천리와 함께 진양(진주) 정씨 집성촌이랍니다. 정 전 총리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번째 총리로 임명돼 2015년까지 약 2년간 재임했습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지고 사임할 뜻을 밝혔는데, 이후 새 후보들이 계속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거의 1년 동안이나 유임된 국무총리로도 유명합니다. 빈집이긴 한데 정 전 총리가 태어난 집(생가)이 아직 남아있대서 한 번 살펴보기로 합니다.

대송마을 당산나무. 300년 전 진양 정씨가 입촌 기념으로 심은 후 마을 수호신이 됐다./이서후 기자
대송마을 당산나무. 300년 전 진양 정씨가 입촌 기념으로 심은 후 마을 수호신이 됐다./이서후 기자

대송마을은 고대로부터 이어진 오랜 삶터입니다. 마을에 큰 소나무가 있었기에 대송(大松)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어찌 보면 금오산 자락에 있는 산골마을인데, 바다가 멀지 않아 어촌이기도 한 곳입니다. 마을 앞으로 섬진강대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습니다. 마을 입구까지 내려오니 마을회관이 있고, 그 옆이 조그만 대송공원입니다. 공원에 늠름하게 선 느티나무가 대송마을 당산나무입니다. 수령이 300년 정도입니다. <하동의 구전설화>(하동문화원, 2005년)를 보니 300년 전 진양 정씨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기념으로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이 당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일종의 신앙의 대상이 됐다는군요.

당산나무 앞 골목을 오르면 곧 오른쪽으로 주차장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오고 그 윗집이 정 전 총리 생가입니다. 현대적인 건물에 기와지붕을 올린 조금은 독특한 집이네요. 다시 대송마을 위쪽으로 도로를 따라갑니다. 한참 산길을 따라가다 내리막이 나오는데 그 끝에 대치마을이 있습니다. 산길로는 여기가 끝인 셈입니다.

▲ 하동 대송마을에 있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 생가.  /이서후 기자
▲ 하동 대송마을에 있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 생가. /이서후 기자

◇금오산 정상 가는 세 가지 방법

대치마을 앞에서 1002번 지방도를 만납니다. 정기룡 장군길 편에서 이야기했었는데, 장군을 기리는 뜻으로 경충로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조금만 달리면 중평리와 정기룡 장군 사당, 하동청소년수련원이 나옵니다.

이제부터는 금오산을 올라갈 겁니다. 현재 금오산을 오르는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등산입니다. 하동청소년수련원에서 봉수대가 있는 석굴암을 거쳐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인데, 3㎞ 정도 거리로 대략 2시간이면 정상에 도착합니다.

정상까지 차를 타고 오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산 정상에 있는 군사·통신시설을 관리하려고 만든 좁은 도로가 있습니다. 진교면 교룡리 평당마을에서 시작되는데, 정상까지 한 20분 정도 걸립니다.

하동 금오산 짚와이어./이서후 기자
하동 금오산 짚와이어./이서후 기자

마지막으로 레저시설인 집와이어를 타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동청소년수련원 아래 주차장과 매표소가 있습니다. 여기서 표를 끊으면 조그만 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앞에 말한 그 도로를 따라 산 정상 출발지까지 갑니다. 매표소 옆 케이블카 시설 공사가 한창인데, 완성이 되면 버스 대신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간다고 하네요.

금오산 정상은 남해안 최고 전망대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멋지게 지어진 해맞이 공원 전망대에서는 왼쪽으로는 사천만, 정면으로는 남해, 오른쪽으로 광양만 바다가 쭉 이어집니다. 세상에 이런 경치가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전망대 반대편에는 바다를 향해 요동치는 지리산 줄기도 보입니다.

금오(金鰲)란 이름은 금자라를 뜻합니다. 백두대간이 남해 바다를 만나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양을 표현한 거죠. 금오산도 지리산처럼 여성 산신 설화가 있네요. <하동의 구전설화>에서 '금오산에 돌이 많은 이유'란 이야기를 보니 옛날에 지리산, 금오산, 남해 금산을 관장하는 마호 할매가 살았는데, 하동과 남해 사이 다리를 놔주려고 지리산에서 돌무더기를 치마에 싸서 오다가 금오산 정상에서 발을 헛디뎌 정상 아래에 돌을 다 쏟아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금오산 정상 주변에는 돌무더기가 아주 많습니다. 

대송마을에서 대치마을까지 이어지는 금오산 산길 터널./이서후 기자
대송마을에서 대치마을까지 이어지는 금오산 산길 터널./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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