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콘텐츠 소비…TV 외면받아
극복하려면 내부 혁신·질 높이기부터

지난 6월 5일, 21년 동안 방영되다가 폐지된 <개그콘서트>는 지상파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지상파의 위기는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며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1995년 케이블과 인터넷이 도입될 때만 해도 매스미디어의 미래는 밝기만 하였다. 그렇지만 온라인 플랫폼 경제가 도입되면서 사양화된 영역이 나타나는 등 우리의 삶과 생활은 급변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광고 총량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지상파의 광고는 2002년 이후 15년 만에 반 토막으로 감소하였다. 지상파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유료방송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때 분명한 사실은 콘텐츠 소비 패턴이 TV에서 모바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미 디지털 광고가 지상파 및 종편의 전통 광고를 추월하였고 코로나19의 여파로 광고 단절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 결과 지상파 3사의 적자가 2년째 2000억 원을 넘고 있다.

결국은 공영방송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하는 질문으로 귀결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뉴스와 정보, 그리고 교양과 교육 영역은 수신료를 기반으로 공영방송과 규제를 유지하는 반면, 예능과 드라마, 그리고 스포츠의 경우 과감하게 규제를 없애서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구분을 없애고 새롭게 공영방송과 민영(유료)방송으로 구분하여 규제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공영방송을 소수로 한정하여 수신료 기반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그 외에는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여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넷플릭스와 같이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1만 원 이상을 지불하려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권과 시청자는 2500원에 불과한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반대 이유는 공영방송이 그동안 친정부적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였고 시청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과 모바일 영상 유통시대에 공영방송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모든 콘텐츠를 시장에 맡길 수는 없고 특히 공영방송은 뉴스와 교양 영역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시장에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영방송 내부의 진정한 혁신 노력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어려운 과제이지만 권력으로부터 독립 전통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내부의 개혁으로 온라인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과 조직 혁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전제로 수신료를 인상하여 시장이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양질의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공영방송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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