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와 정치권에 충격을 주었던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은 우리 사회의 성인지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특히 기성세대는 자신의 언행이 범죄라는 인식조차 희박한 실정이다. 최근 창원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로부터 성희롱·폭언 등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붙여 학교에서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아직 진상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학생의 주장이 사실이고 학교마저 이것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하고 있는 것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처해있는 성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에까지 이 끔찍한 행태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자보에 올라있는 사례들을 보면 일관되게 읽히는 것이 있다. 교사는 그것이 성범죄에 해당하는지 아예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거나,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부분도 비뚤어진 성인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중학생 단계는 이제 갓 성에 눈을 뜰 시기이며 한창 민감해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을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입에 담는다는 것은 교사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학생들에게 일그러진 성인식을 심어준다면 그것은 평생의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생님 말 한마디가 학생에게는 평생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학생들을 상대할 때는 제대로 성찰하고 가려서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처지를 바꾸어 자신의 자녀를 그런 식으로 훈육한다면 참을 부모가 몇이나 될 것인가.

해당 학교는 학생들이 대자보까지 붙였음에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자체 해결하겠다는 견해를 되풀이했다. 학교장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부분이 없다며 취재를 거부하고 학생이 오해하고 내용이 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자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교장의 이런 반응을 보면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축소하려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자보에 적시된 바대로라면 이것은 명백히 보는 사람의 관점 문제가 아니다. 학칙이 있을 것이고 학칙 위반 여부만 학생에게 말했어도 대자보까지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생인권도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비 오는 날 교복 대신 체육복장으로 하교하는 학생에게 우산을 휘두르고 학생 훈육을 위해 폭력도 필요하다고 했다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제시해온 학내 민주화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