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봉양초 임시대피소
몸만 겨우 탈출해…복구 막막

"비가 또 오네 또 와."

6일 오전 충북 제천시 이재민 임시대피소인 봉양초등학교 체육관 입구.

인근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대피소로 걸음을 옮기던 수재민 4명은 하늘을 올려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수해 악몽이 여전한데 새벽부터 또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서다.

봉양읍 원박리에 거주하는 김신재(여·57) 씨와 서울에서 동생집에 쉬러 왔다가 물난리를 겪었다는 옥재(여·65) 씨는 빗소리에 잠을 설쳤다.

신재 씨는 "밤에 체육관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며 "가재도구를 정리하고자 집에 간 남편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더라"며 가슴 아파했다.

옥재 씨는 "산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진흙이 집안에 밀려들어 간신히 몸을 피했다"며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고 가슴이 벌렁거려 심리치료라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매는 산사태로 집 안에 밀려든 토사는 어느 정도 제거했지만, 하수도와 정화조가 막히고 냉장고도 고장 나 4일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신재 씨 집 내부. /연합뉴스
▲ 김신재 씨 집 내부. /연합뉴스

같은 마을 김순애(여·58) 씨 부부도 근심 가득한 얼굴로 비 내리는 창밖을 응시했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부부는 원박리에 농막을 짓고 전원생활을 해 왔는데 이번 폭우에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피해를 봐 이곳에서 숙식하고 있다.

부부는 "농막 주변 길이 유실돼 차를 뺄 수가 없는데 비가 계속 내려 걱정"이라며 "도로 복구가 먼저 이뤄져야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밤 이곳 대피소에는 예닐곱 가구 주민 22명이 묵었다.

수재민들은 한 평 비좁은 대피소 텐트에 머물면서 날이 밝으면 수마가 할퀴고 간 집을 오가며 가재도구를 챙기는 등 수해 복구에 안간힘을 쏟는다.

봉양읍에는 이날도 오전 10시 30분 기준 29㎜의 비가 내렸다.

제천에서 수해가 가장 심한 곳인 봉양읍은 지난 2일 359㎜의 '물 폭탄'이 떨어졌다.

지난 5일까지 봉양읍의 누적 강수량은 458㎜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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