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향한 애틋함 '오롯이'
불완전한 생 반성·성찰 유도

주변 사물들에 문득 눈길이 자주 오래간다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길을 걸어가다 혹은 한창 일이 바쁘다가도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잦다면 제법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표성배 시인의 <자갈자갈>(2020년 6월)과 박정선 시인의 <쥐며느리>(2020년 5월)를 읽다 보니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하고 묻게 된다. 이렇게 주변을 돌아본다는 건 반성이자 성찰이자 또 다른 물음의 시작이다. 그 물음은 예컨대 인생의 굽이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는 '삶이란 무엇일까'일 테다. 이는 사실 물음이 아니라 끝내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하겠다는 인정이다. 이렇게 인정하고 보니 우리를 키워낸 지극히 평범한 어머니, 아버지의 삶이 다시 보인다.

"펌프가 있는 수돗가에서/ 아버지는 긴 가위로 우리 손톱을 바투 깎아주었다/ 가끔 손톱 밑 살점이 가위에 딸려나오면/ 손끝에 맺힌 핏방울보다 빠르게 맺히던 눈물/ 우리 남매 손톱을 잘라주던 젊은 날 아버지" - 박정선 '손톱을 깎는다는 것은' 중에서

"들르기만 하면/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볶으시고/ 밥을 꾹꾹 눌러 고봉으로 푸시고는/ 꼭 한 말씀 하신다// 무겄다 싶꺼로 묵어라// 밥을 좀 덜어내려 하면/ 버럭, 화부터 내신다// 고마 무거라/ 밥 심빼이 더 있나" - 표성배 '밥상 앞에서' 중에서

그러고 보면 인간(人間)이란 말은 동시대 사람과 사람의 이어짐이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에서 어머니 아버지로, 다시 어머니 아버지에서 우리 세대로 계속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불완전한 생(生)의 연속을 뜻하는 게 아닐까.

"처음이야/ 모든 것이 서툴러서 미안해/ 안아보는 것도/ 네가 왜 우는지 모르고/ 너를 안았다는 벅찬 기쁨 하나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현실에서 눈 뜰 때/아기가 내게 온 것인지/ 똥주머니가 내게 온 것인지/ 깃발처럼 휘날리는 기저귀를 보면서도 눈물이 났지/ 처음이어서 그랬어/ 네가 아들로 내게 온 것처럼/ 나도 딸에서 엄마로 막 태어나서 그래" - 박정선 '문지방' 중에서

"좀 자라 옷매무새에 매달리거나/ 아직 어려 양손에 매달리거나/ 딸은 어디를 보나 이쁘다/ 물론 얼굴이 제 에미를 닮았어도/ 성깔이 제 애비를 빼닮았어도 딸은 이쁘다" - 표성배 '딸 바보' 중에서

<쥐며느리> 도서출판 북인 펴냄. 142쪽. 9000원.

<자갈자갈> 도서출판 b 펴냄. 111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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