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자격 제도·수사권 없어
발품이 생명 진솔함은 무기
"의뢰인과 대화 속에 답 있어"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사건 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 주변 인물의 수상한 걸음걸이, 미세한 표정 변화! 작은 단서 하나 놓치지 않고 꿰맞춰 어려운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명탐정 코난'. 어린 시절, 이 만화를 보며 탐정을 꿈꾼 이들도 많았겠으나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탐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5일 '탐정 명칭 사용 금지' 조항을 삭제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면서 '탐정' 명칭을 쓸 수 있게 됐다. 관리감독은 우선 경찰이 맡았다.

'탐정'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창원 안앤창민간조사연구소에서 지난해부터 민간조사원(탐정)으로 활동한 이창환(56) 씨를 만나 탐정 세계를 들여다봤다.

이창환 씨에게 들어오는 사건 종류는 실종 반려동물 찾기부터 도난·분실·은닉자산 소재 확인 등 다양하다. 수도권은 물론 국외에서도 문의가 온다.

▲ 창원 안앤창 민간조사연구소에서 지난해부터 민간조사원(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환(56) 씨가 창 밖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 창원 안앤창 민간조사연구소에서 지난해부터 민간조사원(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환(56) 씨가 창 밖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먼저 사건 의뢰가 오면 의뢰인을 인터뷰한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 의뢰인 속에 답이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의뢰인이 자기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의뢰인 혼자 힘으로 해결해보려 노력하다 마지막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의뢰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쌓인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상담을 한다고 모두 성사되는 건 아니다. 사람을 고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부담스러운 비용 탓이다. 수임료 기준은 없지만 이 씨 기준 하루 수임료는 40만 원이다. 비용이 비싼 만큼 의뢰인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매일 일정과 시간대별 방문지, 사진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에 착수한다 해도 민간조사원에게는 수사권이 없다. 미션을 해결하려면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의뢰인이 준 정보를 바탕으로 탐문을 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알 만한 사람을 찾아 설득하고, 때에 따라 뇌물(?)을 주기도 한다. 뇌물이라야 밥때 찾아가 밥 한 끼 사고, 소주 한잔 걸치며 의뢰인 딱한 사정을 대신 호소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진심은 통하는 법. 그의 진솔함에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어 힌트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건이 잘 해결돼 의뢰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는 이창환 씨. 탐정이 되는 데 특별한 자격은 필요 없다. 누구든 민간 단체가 발급하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 이창환 씨는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 PIA민간조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탐정 제도가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 이전 활동과 비교해 어떤 부분이 달라질까.

"예를 들어 '사람 찾는 일'을 한다고 하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떠올리는데, 이런 곳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습니다. 앞으로 경찰이 탐정 업체를 관리하면 도움이 필요한 의뢰인들이 믿고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달라지는 부분입니다. 또 조사원들이 신변의 위협을 당하는 일도 있는데 최소한 그런 부분은 경찰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걸로 기대합니다."

▲ 민간조사원 이창환 씨.
▲ 민간조사원 이창환 씨.

마지막으로 이 씨는 '공권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탐정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을 해보니 의뢰인은 정말 절실할 때 우리를 찾습니다. 한 번은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의뢰인이 울며 문의를 해왔습니다. 경찰에 2~3번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는데 자신은 직장을 두 번이나 옮겨야 할 정도로 힘들다고 했습니다. 택시 정류장에 서 있는데 얼굴을 가린 오토바이 운전자가 자신 앞에서 급정거를 해 위협을 하고, 누군가 학생 3명을 시켜 집을 향해 물건을 던지게 했던 거죠. 공권력 손길이 일일이 가 닿을 수 없는 부분을 탐정들이 커버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다만 경찰청은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탐정 업체를 지도·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민간 탐정 활동에 따른 폐해를 막고자 '공인탐정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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