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실천 앞장선 지역 주민들
제조 환경부담금보다 능동 정책을

지난달 29일 환경부는 2023년부터 플라스틱 소재 아이스팩 제조 시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내가 사는 인구 10만의 도시 밀양에서는 지역 복지관을 매개로 시민들이 아이스팩을 모아서 전통시장 상인회에 전달하였다. 아이스팩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한 몇몇 시민들의 절실한 마음이 지역을 움직인 것이다.

지난해 연간 2억 개 이상의 아이스팩이 생산됐다. 올해는 코로나로 식품배송이 증가하면서 3억 개 이상의 아이스팩이 사용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이스팩은 내구성이 좋은 플라스틱비닐 안에 고흡수성수지를 넣고 물을 채워 젤 형태로 만든다. 한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깝기도 하지만 버리는 것도 골칫거리다. 유일한 폐기방법이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인데 성질이 물에 가까워 타지도 않고 소각로 성능을 떨어뜨려 수명을 단축시킨다. 매립하더라도 수백년간 지하수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다시 우리와 미래세대에 돌아올 것이라는 큰 문제가 있다.

밀양에서는 종합사회복지관 나눔공간을 매개로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100일간 '플라스틱 저금통' 팝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재활용 분리배출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유출되는 병뚜껑과 같은 소형 플라스틱을 모아서 환경단체가 주관하는 플라스틱 재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모인 시민활동가들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환경실천을 찾던 중 아이스팩을 모아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였다. 열정적인 시민활동가가 지역 전통시장 상인회에 연락하고 상인회장이 점포별로 수요를 조사하여 총 22개 점포 월 640개의 아이스팩을 보름마다 나눠 받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복지관에 본부를 두고 지역 문화센터, 생협매장 등 '아이스팩 간이역'으로 불리는 거점 수거장소 신청을 받았다. 홍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300여 개의 아이스팩이 모아졌다.

아이스팩의 순환이 지속되려면 '아이스팩의 제조와 판매-사용업체-가정-수거거점-선별과 세척-사용업체(재사용)' 순환고리의 단계별로 재사용을 염두에 둔 지침이 필요하다. 제조와 판매 시 분해가 쉬운 재료를 이용하는 문제와 더불어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이번 환경부 대책의 골자로 보인다. 그러나 친환경 냉매를 이용해도 분리배출을 위해 하수구에 냉매가 흘러갈 경우 환경부하와 포장지 재활용이 어려운 현실로 볼 때 재사용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밀양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아이스팩이 수거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개개인의 위기의식은 이미 충분히 높았고 언제든 출구를 향해 함께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흔히 환경문제를 예산 부족으로 어렵다고 한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있는 시스템의 활용이다. 지구에게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덜 주고 싶은 시민들의 열망은 특별한 건물, 설비,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하기에 앞서 현행 분리수거 선별장의 환경과 실제 재활용 비율이 낮은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2023년이라고 2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둘 만큼 아이스팩과 미세플라스틱의 문제는 가볍지 않다. 미래에 부담을 주는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은 환경부담금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시급히 사라져야 한다. 시민의 열망에 지자체, 정부의 보다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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