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내 기사만 300여명 대행업체 사무실로는 역부족
폭염 노출·사고 위험 높아져 쉼터 확충대책 호소 확산

장시간 근무하는 배달노동자들이 제대로 쉴 공간이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

직종 특성을 고려한 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오후,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할 무렵 배달노동자 2명이 창원시의회 건너편 편의점 파라솔 밑에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그 옆 인도에 세워둔 채였다.

항상 여기서 쉬냐는 질문에 노동자들은 "날씨가 맑을 때는 주로 용지공원 상가 앞이나 상남동 분수공원 벤치에서 쉬지만, 비가 오면 편의점 앞 말고는 딱히 비를 피할 곳이 없다"고 답했다.

한 시간쯤 뒤 상남동 상가 밀집지역에서 만난 배달노동자는 "편의점 앞이나 배달대행업체 사무실에서 쉰다"며 "기사는 많은데 사무실은 좁아서 밖에서 쉴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비 오는 날이지만 너무 바쁘다며 금세 오토바이를 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에 있는 배달대행업체 사무실에는 취사 공간과 소파 등 휴게실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 쉬고 있던 한 배달노동자는 "이곳은 휴식공간이 있지만 없는 곳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기사는 "창원 시내에서 일하고 있는 기사만 해도 300명이 넘기 때문에 좁은 사무실에 다 못들어간다"며 "대부분 밖에서 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달노동자들은 대행업체와 개별 계약을 맺고 일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따로 정해진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이 없다. 보통 하루 12시간쯤 일하고 배달이 뜸해지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자연스럽게 쉰다. 하지만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은 없다. 특히 폭염·한파가 닥치면 근무 강도는 올라가는 반면, 휴게 환경은 더욱 열악해진다.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께 배달노동자 2명이 창원시의회 앞 편의점 야외 테라스에 앉아 비를 피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께 배달노동자 2명이 창원시의회 앞 편의점 야외 테라스에 앉아 비를 피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배달노동자를 향한 좋지 않은 시선 역시 이들이 길거리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다.

노동자들은 "빗물이 떨어지는 우비를 입으면 편의점 안에서 컵라면 한그릇 먹기도 눈치보인다"며 "승강기 안에 우리가 있으면 타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오죽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창원 배달노동자 10명 중 3명 이상이 상남동에서 일한다며 이곳에 비교적 넓은 쉼터가 생기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창원시는 지난해부터 마땅히 쉴 곳이 없는 대리·택배기사·학습지 교사 등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성산구 상남동 골든타워빌딩 2층에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에는 냉난방 시설이 갖춰져 있고 쉴 수 있는 책상, 소파, 안마기에 여성휴게실까지 있다.

하지만 사흘 동안 만나본 배달노동자들은 대부분 쉼터의 존재 자체를 몰랐고, 일부 아는 사람들도 배달노동자가 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조라고 했다. 대행업체 애플리케이션에 알람이 뜨면 15분 안에 음식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2층까지 오르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창원시 경제일자리국 관계자는 실제로 이동노동자 쉼터 이용자의 90% 이상이 대리기사들이라고 밝혔다. 상남동 유흥가에 잠정적인 고객이 많고, 대기시간이 긴 특성이 잘 맞는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하루 70명 정도, 이후에는 30명 정도의 대리기사들이 쉼터를 이용하고 있다. 다른 직종 노동자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서울에도 이동노동자 쉼터가 여러 곳 있지만 배달노동자들이 잘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노동자들도 쉼터 혜택을 같이 누리려면 첫째, 우선 콜을 받고 즉시 나갈 수 있도록 1층에 위치해야 하고, 둘째, 여러 오토바이를 주차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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