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선후배가 모여 술판을 벌인다. 사내들끼리 술자리에서 느닷없이 비겁하고 야비한 폭력을 도마에 올린다. 가해자에게 늘 관대한 듯한 사법적 판단은 좋은 먹잇감이다. 취한 이들은 억울하면 언제든 큰 몽둥이를 휘두를 원시 수컷이 된다. 영화에서나 봤을 처절한 보복을 서슴없이 저지를 것처럼 컹컹 짖는다. 이성이 드리운 가느다란 실을 가까스로 움켜쥔다.

"그래도 현대 시민사회에서 사적 보복은 안 되지."

"형 가족이 당하면?"

이성적인 답은 이미 정해졌으나 술기운이 부추긴 본능은 정답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적 보복은 안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그게 법에 맡길 것 같지는 않다."

그 자리에서 가장 덩치 크고 인상 험악한 후배를 쳐다본다. '부탁한다면 너'라는 같잖은 신호에 어이없이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농담과 거짓과 본심은 혼탁하게 섞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허위·과장 보도를 한 언론사와 기자, 유튜버, 블로거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나하나', '따박따박'이라는 표현이 결연하다. 기준도 제시했다. 허위사실 보도·유포와 심각한 '모욕'이다. 비판적 의견 또는 조롱이나 야유는 거칠어도 '표현의 자유'로 보아 감수하겠다고 했다.

소송 대상자 가운데 한 명은 조 전 장관을 그때 확실하게 처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공개적으로 남겼다. 조 전 장관은 이 글을 다시 SNS에 공개하며 법적 처리를 재촉했다.

지금까지 소송을 언론 자유 침해로 보는 견해는 꽤 우습다. 법 테두리 안에서 이처럼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자기방어와 명예회복에 침해당할 만큼 자유는 하찮지 않다. 그 자유는 법을 무시한 은밀하고 비겁한 폭력도 맨몸으로 버틸 줄 아는 단단한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소송 결과와 별개로 조국 전 장관은 친절한 사람이다. 고작 술 몇 잔 걸쳤다고 법적 절차 따위 무시하겠다는 사내와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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