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 '균형발전'요구 커…다극발전론 띄워 정국 주도 움직임

더불어민주당이 많은 논란에도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검토하는 등 행정수도 이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은 3일 세종을 찾아 세종의사당과 청와대 제2 집무실 후보지를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전국적인 호우 피해로 일정을 연기했다.

추진단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세종의사당 설계용역에 국회의 완전 이전을 전제로 한 본회의장 설치와 청와대 이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애초에는 국회 세종분원 설치 정도만 거론됐으나 어느 시점부터 기류가 확 달라진 것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속도전·총력전에 나서는 배경엔 나쁘지 않은 국민 여론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행정수도 이전 찬성 의견이 40% 이상으로 나타난 데다, 서울지역 아파트값 폭등 등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덮는 방패 역할까지 하고 있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촉매제로 전국적인 다극체제 발전전략을 공론화해 다음 대선까지 지금 흐름을 이어갈 태세다.

지난달 국회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처음 제기한 당사자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 29일 국정과제협의회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고르게 잘사는 나라'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때가 왔다"며 "행정수도를 중심으로 전국 거점지역을 조화롭게 발전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 글로벌 경제도시 비전, 동남권 메가시티 프로젝트, 대구·경북 통합 문화수도 등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발전 축을 이동시키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남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적극적이다. 김두관(양산 을) 의원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행정수도 이전 말고 서울 집중이 불러온 주택·교통·환경 등 산적한 난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국가를 꿈꾸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염원이기도 하다. 당초 구상대로 서울을 경제수도로, 세종을 행정수도로 만들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2004년 헌재 결정을 근거로 행정수도 이전의 위헌성만 부각할 뿐 찬성도 반대도 아닌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긍정적인 자당 충청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도내 한국당 한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우리 당 입장은 민주당 정략적 의도에 넘어가지 말고, 끌려다니지 말자는 것"이라며 "그만큼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인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말처럼 민주당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화한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4월 진행되는 서울과 부산 광역단체장 보궐선거는 여러 이유로 민주당에 난관이자 딜레마가 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자당 소속 광역단체장(박원순·오거돈)의 성추행 사건이 촉발한 보선일 뿐 아니라,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복잡하고 난해한 방정식이 민주당을 기다리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진행한 행정수도 이전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응답자의 61%가 대한민국 정치·행정 중심지로 서울을 선호했고 세종 이전 지지는 32%에 그쳤다. 이는 전국 평균(서울 49% 대 세종 42%)보다 서울 유지 의견이 훨씬 강한 것으로, 서울시민 설득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시사한다.

보선 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민주당 지지세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행정수도 이전을 서울시장 보선 이슈로 제기하는 건 너무나 위험한 모험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개인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나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면 그 자체로 민주당은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이 앞서 김두관 의원이 언급한 '서울 경제수도론' 등을 적극 띄우는 건 이런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민주당 행정수도추진단 박범계 부단장은 "신행정수도 완성은 충청도 발전 전략이 결코 아니며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한 것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서울이 될 것"이라며 "이미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을 배제하거나 서울 발전을 가로막는 입법이 아닌 것으로 충분히 밝혀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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