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지역 통장·시민단체 회원 참여 시민 불편 덜어

"학생들, 어디 가노?"

시내버스 파업 둘째 날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1시 36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타워맨션 버스정류장.

정상철 양덕1동 통우회 통장이 마산역 방면으로 가는 타워맨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러 온 학생 2명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정 통장이 말을 건 이들은 창원종합운동장으로 농구를 하러 가는 20대 대학생들이었다. 정 통장은 이들 중 안경을 낀 남학생 1명이 703번 버스를 타고 갈 거라고 답하자,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노선도를 가리키며 "109번이 창원종합운동장에 간다"고 안내했다.

안내를 받은 학생들은 정 통장의 안내가 버스 이용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형찬(21·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시내버스 파업 이후 처음으로 버스를 타러 왔다"며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알려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정 통장은 뒤이어 마산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는 시민에게는 "버스 타지 말고 그냥 걸어가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은 타워맨션 버스정류장에서 도보 10~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다.

▲ 버스 파업 둘째 날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정상철 양덕1동 통우회 통장(왼쪽)이 시민들에게 버스 노선을 안내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 버스 파업 둘째 날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정상철 양덕1동 통우회 통장(왼쪽)이 시민들에게 버스 노선을 안내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같은 날 오후 2시 50분께 합성동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 이곳에서는 합성2동 행정복지센터 여직원 1명이 나와 창원 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버스노선을 안내했다. 당시 정류장에 있던 시민은 10명 남짓. 해당 직원은 이들 중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에 간다는 한 시민에게 "몇 번 타고 가세요?"라고 묻더니 임시버스 108번과 115번이 간다고 알려줬다. 버스를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종현(22·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병원에 약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운행 중인 버스노선 안내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버스 이용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창원지역 시내버스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통우회 통장, 행정복지센터 직원, 시민단체 자원봉사자 등의 역할은 빛났다. 이들은 버스정류장에 나와 버스노선을 안내하며 시민 불편을 덜어줬다.

▲ 버스 파업 둘째 날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김규림 합성2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시민들에게 버스 노선을 안내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 버스 파업 둘째 날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김규림 합성2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시민들에게 버스 노선을 안내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안내에 나선 이들은 창원시의 요청을 받아 봉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창원시 신교통추진단에 따르면 버스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30일 이후 창원에 있는 55개 읍면동 일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노선 안내 활동이 진행됐다. 파업 첫날인 지난달 30일에는 55개 읍면동 중 사람이 몰리는 버스정류장 113곳에서 268명이, 다음날에는 버스정류장 138곳에서 194명이 일했다. 이들은 정류장마다 1명씩 또는 2인 1조로 나뉘어 교대 근무했다. 행정구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평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안내를 하는 곳도 있었다.

버스노선 안내 활동을 한 이들은 저마다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정상철 양덕1동 통우회 통장은 "봉사하니까 보람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참여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파업이 2일 새벽 끝남에 따라 버스노선 안내는 끝이 났다.

창원시 신교통추진단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시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안내 활동을 해왔다"며 "버스가 정상 운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지원 근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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