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한국산연 노동자가 농성 투쟁 중인 한국산연을 찾았다.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기자 간담회라고 마련한 자리에는 나를 포함한 동료 기자들이 걸음을 맞췄고, 저녁 식사를 곁들여 술잔도 부딪쳤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그날 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들려줬다. 지난 2017년 일본 원정 투쟁 경험과 투쟁에서 승리하고 나서 겪은 어려움도 이야기했다. 반복된 일본 자본의 노동 탄압, 철회 싸움에 지칠 만도 했지만, 그들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며 오히려 기자들을 다독거렸다. 함께 싸움에 힘을 보태 달라, 일본 자본 행태를 고발하는 기사를 써 달라, 우리 투쟁 소식을 기사화해 달라며 말이다.

최근 경남에서는 굵직한 노동 현안 몇 가지가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은 '상생 협약' 덕분에 일부 현장으로 돌아갔고 S&T중공업 노사는 사내 인소싱을 멈추고 순환 교육·휴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비정규직과 함께 살겠다는 노동자들의 다짐과 반드시 조선업 노동자로 살아가겠다는 외침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간담회에서 우스갯소리로 '이제 한국산연만 남았다'고 슬쩍 말을 건넸더니 노동자들이 웃었다. 17명밖에 남지 않은 노동 현장, 거대 자본과의 싸움, 코로나19라는 장벽 등 악재가 가득하지만 그들이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산연 노동자가 투쟁에 다시 들어가고 나서 얼마 뒤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얽히고설킨 정 때문에 이 자리를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아왔고, 여전히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떠날 수 없다고도 했다.

노동자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일찌감치 입을 모았던 그들. 변함없는 그 마음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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