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인에 안정적 처우 제공
지역 상생협력·먹거리 개선

주위를 살펴보자. 곳곳에서 보석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회적기업은 영리와 함께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의 보석'이다. 빵을 사고자 들른 베이커리, 격투기를 가르치는 도장 등 특별할 게 없을 것만 같은 곳이 지역사회를 반짝이게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 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5회에 걸쳐 도내 사회적기업을 소개하고 경남사회적경제 성과 등을 살펴본다.

이와 함께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성과와 영향을 종합적·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사회적가치지표(SVI·Social Value Index)를 알아본다. 사회적가치지표는 영리활동을 하면서도 공익을 실현하는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사회적가치지표가 우수한 기업 2곳과 함께할 것이다. 취약계층과 함께 일하고 노동자 임금을 올려주고자 관심 쏟으면 된다. 수익이 발생하면 지역사회와 나눠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제대로 접어들었다. 지역사회를 반짝이게 만드는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길 말이다.

▲ 엠크릿 황정우(맨 왼쪽) 관장이 문하생들과 함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 엠크릿 황정우(맨 왼쪽) 관장이 문하생들과 함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직원과 함께할 수 있는 고용환경" = 종합격투기 도장 ㈜엠크릿을 운영하는 황정우(32) 대표는 무술인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황 대표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도장에서 문하생으로 생활하며 무술지도자들이 어렵게 생활하는 모습을 봐왔다. 그도 임금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구조 속에서 사범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관장이 돼서는 업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었다.

"2011년 사업자등록을 하고 도장을 운영하는데 제가 봐왔던 관장님들처럼 저도 악순환에 빠지는 거예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면 후임자들이 계속해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갈 게 뻔한 거였죠. 끊어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2015년이었다. 수익구조 다양화, 고부가가치 창출이 관건인 가운데 황 대표 눈에 사회적기업이 들어왔다.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데다 정부 지원책을 활용해 사업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었다.

엠크릿은 2016년 예비사회적기업, 2017년 인증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황 대표는 지원책 등을 활용해 △종합격투기 도장 운영 △온라인 쇼핑몰 운영(무술용품) △무술도장 회원관리프로그램 등 웹 개발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매출이 증가했다.

"수익이 발생해 급여를 올려준 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온 겁니다. 직원들에게 급여를 많이 줘야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있고 그만큼 숙련된 전문 무술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거지요. 질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어 더 좋고요. 한 명이라도 더 뽑으려는 의지와 오랫동안 직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기업이라고 특별할 게 없어요."

▲ 진주텃밭 도상헌(맨 오른쪽) 총무부장이 직원들과 함께 농산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류민기 기자
▲ 진주텃밭 도상헌(맨 오른쪽) 총무부장이 직원들과 함께 농산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류민기 기자

◇"우리 지역 이롭게 하는 게 역할" = 지역 먹거리를 판매하는 진주텃밭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설립됐다. 농민이기도 한 소희주(48) 이사장은 '어떻게 하면 농민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소 대표는 지역에서 상생협력하며 공동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문제에 직면한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찾아내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2013년 생산자·소비자·직원이 모두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으로 진주텃밭을 만든 이유다. 진주텃밭은 2014년 예비사회적기업, 2016년 인증사회적기업으로도 지정됐다.

진주텃밭은 로컬푸드 직매장 2개소를 운영하면서 농산물 꾸러미를 판매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공급식으로 지역 농산물을 납품하는 사업 등을 한다. 친환경 가공품과 생활용품 등도 파는데, 사회적경제조직 제품이 전체 20~30%를 차지한다.

도상헌 총무부장은 "지역 농민과 직거래로 민간 영역에서는 최저 판매수수료를 받으며 운영하고 있다. 생산자 농민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진주텃밭은 매출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홀몸 어르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에게 농산물 꾸러미를 지급하는 형태다. 올해부터는 매월 15일 직매장 매출의 5%를 나눔사업비로 적립해 전달하고 있다.

"지역 사회적기업이 그 지역에 기여하는 게 역할이라고 봐요. 사회적 역할이든 비즈니스 모델이든 지역을 이롭게 하는 게 사회적기업이 하는 일이거든요.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사회적기업이 많을 겁니다. 우리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지역 사회적기업 말이지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