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수도권↑-지역↓ 희비
입지 좋은 곳 쏠림 현상 심화
경남에도 '강남'형성될 수도

풍선효과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한 경남은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과세 강화를 추진하면서 상승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세제 강화가 현실화되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로 서울과 지역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왕이면 뛰어난 입지에 있는 브랜드와 대단지를 선호하는 현상이 지역에도 반영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앞으로 지역·가격에 따라 부동산 격차가 더 벌어지고 국민의 자산 양극화는 점점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남으로 뻗친 '풍선효과' = 정부는 핀셋 규제로 집값 폭등을 잠재우려 했지만 규제 지역을 피해 간 지역의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경남은 대표적인 풍선효과 지역으로 꼽힌다.

경남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1월 넷째 주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4월 둘째 주 하락세로 전환했다가 6월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그 사이 창원, 김해 등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도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소진되고 집값도 급등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집값 상승은 외지인 투자와 법인 투자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경남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6월 경남에서는 6404가구가 거래됐다. 전년 같은 기간(2972가구)과 비교해 115.5%나 급증했다. 지난 5월 법인의 매입 비중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법인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그동안 활용돼 왔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집중되면서 투자자들이 지역 아파트로 눈을 돌린 영향이 컸다. 외지 투자자들의 보폭이 창원 성산구·의창구, 김해 일부 지역으로 쏠리면서 매매가가 상승했다. 주요 단지는 한 달 사이 억대 웃돈이 붙는 등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재건축 단지도 매매가 상승에 탄력을 받았다.

▲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아파트 단지.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아파트 단지. /경남도민일보 DB

◇'똘똘한 한 채' 양극화 가속 = 풍선효과로 말미암은 경남의 집값 상승은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7·10부동산대책으로 강화된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가 전국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제가 강화되면서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지역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충분한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 이른바 '한 채'만 보유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 등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이 강남 집을 남기고 청주와 세종 집을 우선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탓에 서울과 다른 지역의 집값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대비 지난달까지 약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5.6% 올랐지만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은 7.2% 떨어졌다.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 서울·수도권과 지역 간 부동산 격차가 더 벌어지고 국민의 자산 양극화는 점점 심화할 수 있다.

경남 역시 지역·가격에 따라 양극화가 가속화될 듯하다. 이미 인프라 등 생활환경이 우수하거나 입지 좋은 아파트에 매수세가 쏠리면서 아파트 간에 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정상철 창신대 교수는 "다주택자 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똘똘한 집 한 채'만 가지려는 분위기가 지역에도 형성될 것"이라며 "경남지역도 지역에 따라 집값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 세제 강화로 부동산 거래 위축 =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경남 시장은 현재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6·17대책과 7·10대책과 관련한 세제 개편과 맞물려 거래가 주춤해졌다.

세금 부담이 현실화하면 투자 수요가 상당부분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인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면 가격 조정 폭이 불가피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으로는 매매가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역 내 수요층이 탄탄하지 않아 어느 정도의 하락도 예상된다.

하재갑 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장은 "외지인 갭투자자들의 급매물 싹쓸이 매수현상이 일어나 가격이 상승하였으나, 최근에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투자자들이 일시에 매물을 내놓아 가격이 폭락하거나, 반대로 가격상승 기대로 말미암아 매도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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