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욕심에 당론 무시 개인플레이 결과
'의정활동 아닌 의장활동만 했네'비아냥

그래도 명색이 편지인데, 시작을 '의장님, 부의장님 잘 계시는지요'라는 의례적인 인사로 해야 합니다만, 지금 돌아가는 경남도의회 꼴을 봤을 땐 이런 인사조차 내키질 않네요.

제가 도의회를 맡은 때가 2018년 7월 13일이었으니, 세월이 참 쏜살같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의회 출입 초반 '라떼는 말이야~' 선배들한테서 들은 조언은 이랬습니다. "정치는 타이밍이고, 대의명분이다. 정치인들의 말에 주목해라."

저는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일련의 도의회 파행 사태에 이 기준을 한결같이 적용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아, 선배들이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물, 현상 등을 늘 '의심'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래도 정치인은 더 의심해야 한다. 정치인 말, 그대로 믿지 마라"고.

저는 김 의장님을 어제까지 포함해서 5번 정도 다른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뵈었습니다. 제1부의장 하실 때 따로 방으로 가서 '차'도 한잔 얻어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과연 의장님은 올해 일흔을 넘긴 나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듯 "인생 지나보니 별거 없더라. 남은 인생 서로 좋은 말 해주고, 도우면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하셨습니다. 뭔가 달관한 인생관에 이르신 분인 것 같았습니다. 뾰족하기만 한 제 심보도 조금은 뭉툭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저런 자리에서 사람들이 의장님을 두고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의정활동 하라 했더니 '의장활동'만 했네"입니다. 의장님이 제게 아버지뻘이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냥 울고 싶습니다.

장 부의장님은 교육위원회 계실 때 오찬 자리에서 여러 번 뵌 적이 있고, 의원실로 따로 불러 제보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장 부의장님은 '참 차가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상임위원 배정으로 항의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한 송순호 의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고소하는 장면이 그렇거니와, 지난 23일 김하용 의장 불신임안 처리를 놓고도 의원들이 무기명이냐, 기명이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는데 "제가 법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라며 서둘러 방망이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직업으로서의 정치>(막스 베버 저)라는 책에서 찾은 '정치란 열정과 균형 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다시 두 분을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무리수를 둬가면서 '타이틀'을 달려고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저도 내일(30일)이나 모레 인사가 있을 예정인데, 만약 자리를 옮기면 후임자에게 이 말은 남겨놓고 갈 것 같습니다.

'김하용·장규석 의원 지역구에 뭔가 새로 많이 생기지는 않는지, 재산이 크게 늘지는 않는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라고.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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