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토당토 않던 16년 전 헌법재판소 결정
기득권의 서울 중심주의적 몽니 끝판왕

2003년 12월 노무현 정부 시절, 여야는 국회 합의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행정수도 이전'이었다. 2004년 4월 정부는 특별조치법 시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해 8월 충남 연기군·공주시를 새 행정수도로 확정했다.

수도권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의원들이 중심에 서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는 결국 위헌 결정을 했다. 간단히 풀이하면 "행정수도를 서울에서 충남 연기군·공주시로 옮기는 건 헌법 위반이다"라는 것이다. 그 이유가 중요했다.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읊은 취지 가운데 핵심만 옮기면 이러하다.

"우리 헌법상 수도에 대한 명문조항은 없다. 그러나 조선왕조 이후 600여 년간 서울이 수도인 것은 확고하게 형성된 자명한 사실이며 관습 헌법으로 규범화됐다. 이를 폐지하려면 반드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 개정을 하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재량권 남용이다."

헌법 개정-국민 투표-대통령 재량권 남용, 이러한 연결 고리 출발점이 '관습 헌법' 대목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부연했다.

"어느 법규범이 관습 헌법으로 인정된다면 개정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관습 헌법도 헌법 일부로서 성문헌법의 경우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 법규범은 헌법 개정의 방법에 의하여만 개정될 수 있다."

다시 봐도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성문법 체계에서 명문화되지 않은 내용인데, 뭘 폐지하려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지난 이 상황이 내 머릿속에서 간결히 정리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누군가 그것을 콕 짚어 주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 24일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서 당시 결정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기관을 옮기자는 건데, 조선시대부터 수도였기에 안 된다니…. 그게 아니라 스스로를 주류라 믿던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 하며 '당신이 뭔데 행정수도를 옮기려 하나', 그런 것 아닌가? 재판관 자신들 직장부터 옮기는 게 싫고, 수도에 있는 게 편하고, 부동산·자산도 서울에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그런 사적인 이유로 답을 정해 놓고 억지로 법리를 찾다 보니 역대급 코미디 결론을 낸 것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6년 지난 지금, 다시 국회 내 여당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문제를 두고 가장 먼저 꺼낸 말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였다.

이런 가운데 벌써 이런저런 공공기관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기까지 한다. 아직 앞서나간다 싶으면서도, 주소 하나를 확인해 보게 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5. 헌법재판소가 현재 있는 곳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