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경남도-창원시 상생협약
투자 유치·노동자 생계 협력
노조 파업·도청 앞 농성 중단

STX조선해양 생산직 노동자가 54일간의 파업을 끝낸다. 경남도청 앞에서 지속하던 단식 농성도 중단한다. 

STX조선해양 노사와 경남도, 창원시는 23일 △STX조선해양 투자유치 추진·고용 유지 노력 △회사 투자유치·매각 과정에 노동조합 협력 △경남도·창원시 고용 유지와 투자유치 지원 △노동자 생계지원 대책 마련 △노사정 상호 협력 등을 골자로 노사정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이날 경남도청 2층 소회의실에서 협약식을 열었다. 협약식에는 이장섭 STX조선지회장과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허성무 창원시장이 참석했다.

노사정 협약은 지난 17일 김 지사가 단식 농성장을 찾은 후 급물살을 탔다. 당시 김 지사는 "올여름을 넘기지 않고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 방문 이후 노동계는 파업·단식 중단, 현장 복귀 등을 놓고 자체적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22일 김 지사 요청으로 재차 만난 노정은 고용 유지, 새 투자자 유치(혹은 매각) 등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약 기틀을 다졌다.

이날 협약식에서 김 지사는 "STX조선 정상화를 위해선 투자 유치든 매각이든, 중앙부처와 산업은행, STX조선 사측과 함께 노력해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23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STX조선 정상화를 위한 노사정 협약식. /김구연 기자 sajin@
▲ 23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STX조선 정상화를 위한 노사정 협약식. /김구연 기자 sajin@

김 지사는 이어 "노동자 고용이 최대한 유지되는 방안도 찾겠다"며 "STX조선이 정상화되더라도 결국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중형조선소 지원 방안이다. 정부와 함께 단계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성무 시장은 "무급휴직을 다시 시행하면 노동자 생계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 부분이 해소될 수 있도록 (공공일자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노조가 동의하면, 어려움을 잠시라도 나눌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창원시가 마련한 공공일자리는 '조선업 무급휴직자 그린일자리 사업'으로, 시비 20억 원이 들 예정이다.

STX조선해양 노사는 회사가 다시 우뚝 솟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장섭 지회장은 "이번 협약이 중형조선소 기틀을 새로 다지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장윤근 대표이사는 "파업으로 지연된 공정을 만회하고 추가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협약으로 STX조선해양 문제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은 투자유치(혹은 매각)를 정상적으로 마무리 짓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계에서는 2곳 정도가 STX조선해양 투자(인수) 의사를 한 차례씩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 투자유치·매각 과정에서 고용이 유지되느냐도 과제다. 혹, STX조선해양 주인이 바뀐다면 협약서대로 경남도와 창원시가 앞장서 고용 유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투자유치·매각 시기도 관건이다. 창원시가 제안한 공공일자리 사업 기간은 4개월가량이다. 4개월이 지나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노동자(B조·250여 명)가 다시 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는 만큼, 4개월 안에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식 농성과 파업을 끝낸 노동계가 '매각투쟁'으로 전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동계는 경남도청 정문에 마련한 단식농성장을 철거하되, 한쪽에 투쟁 천막은 남겨뒀다. 노동계는 앞으로 현장 복귀(A조·250여 명) 시점과 공공일자리 사업 참여 여부, 매각투쟁 방향을 조율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번 합의는 무급휴직 조합원의 생계를 경남도와 창원시가 책임지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조합원의 생계불안이 일정 부분 해소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