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산성 축조에 영향
나머지 30개 왜성도 조사 계획
3D 스캔 동원 연구 자료 축적

국내 유일의 임진왜란 전문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은 2017년 남해 선소왜성과 2019~2020년 창원 웅천왜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30개 왜성에 대한 정밀 측량조사를 진행한다.

왜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에 쌓은 일본식 성으로, 경남과 전남 일대에 30곳 이상 자리하고 있다. 곡륜으로 불리는 다중 방어진지, 높게 솟은 천수각, 경사진 성벽 등의 특징이 있다.

하나의 곡륜을 통과해도 잇대어 있는 여러 성곽을 함락시키기 어려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두 차례에 걸친 울산왜성 전투(1597∼1598)와 사천왜성 전투(1598), 순천왜성 전투(1598)에서는 조명(朝明·조선과 명나라)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했다.

왜군의 보급기지이자 주둔지로 활용되었던 왜성은 동으로는 울산, 서로는 순천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돼 있다. 남해안의 거점 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선박의 출입이 편리한 강이나 바다를 끼고 해발 10~250m 내외의 독립된 구릉에 위치한 특징이 있다.

왜성은 16세기 일본 축성(築城)기술의 정수가 담겨 있고, 임진왜란 이후 큰 증개축 없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성곽 연구의 매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특히 일본은 에도막부가 1615년 시행한 일국일성령(一國一城令)에 따라 수많은 성이 헐리고 사라졌으며, 증개축에 의해 전국시대 당시 왜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연구자와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있는 왜성을 방문하고 있다.

▲ 창원 진해 웅천왜성의 문지. /국립진주박물관
▲ 창원 진해 웅천왜성의 문지. /국립진주박물관

박물관 관계자는 "한반도 남부의 왜성은 '일본의 문화재'가 아니다. 왜성 축성에서 설계와 감독은 일본군이 담당했지만, 동원된 인부는 조선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우리나라 자재를 이용했다"라며 "임진왜란 이후 조선군이 활용하기도 했기에 '일본의 문화재'라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특히 왜성은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 읍성과 산성의 축조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수원 화성과 남한산성 등에는 왜성의 큰 특징 중 하나인 경사 있는 성벽, 큰 돌의 사용 등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중요성에도 왜성은 아픈 과거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연구가 등한시되고 있다고 박물관에서는 전했다.

개발에 의해 성곽 자체가 파괴되거나, 지형이 바뀌어 입지환경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것.

또 왜성은 본래 많은 수가 사적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었으나 1997년 일제지정문화재 재평가와 관련해 일괄 해제돼 몇몇 왜성만이 시도 지정문화재 등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 범위마저도 전체 규모에 비하면 작게 설정돼 있다.

이번 측량조사 대상지인 진해 웅천왜성은 경남도기념물 제79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관리되지 않는 많은 왜성은 방치돼 성벽의 유실 등 문화재 훼손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립진주박물관은 왜성의 정밀측량과 3D 스캔을 통해 자료를 축적하는 한편 연구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축적된 데이터는 첨단 디지털장비를 활용한 복원 등을 통해 연구와 관광 상품화할 수 있는 기초자료나 훼손 시 복원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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