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진주박물관 2년 걸쳐 수행
중심 성곽까지 3중 이상 방어
보고서·동영상 누리집에 공개

▲ 항공 촬영으로 담은 창원 진해 웅천왜성 전경. /국립진주박물관
▲ 항공 촬영으로 담은 창원 진해 웅천왜성 전경. /국립진주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진해 웅천왜성'(경남도기념물 제 79호)에 대한 정밀 측량 조사를 마치고, 그 디지털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 제2기지 = 창원시 진해구 남문동 산211-1번지 일원에 있는 웅천왜성은 남산(해발 184m)의 기슭에서 능선을 따라 산봉우리까지 뻗은 석성이다. 제포만(薺浦灣)과 안골만(安骨灣)을 끼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웅포만(熊浦灣)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왜성이 위치한 안골포·마산·가덕도·거제도(영등포, 장문포, 송문포)와 연락이 용이해 본진인 부산으로 향하는 조선수군을 견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웅천왜성은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 남해안에 축조한 18개의 성 가운데 하나다. 1593년 일본군 1군 지휘관인 고니시 유키나가(少西行長, 1555 ~ 1600)가 주둔하며 왜군의 제2기지로 활용했던 곳이다. 자마왜성과 명동왜성을 지성으로 두기도 했다. 기독교도였던 고니시와 함께 조선으로 넘어온 세스페데스(Cespedes·G. 1552 ~ 1611) 신부가 활동한 곳이기도 하다.

웅천왜성은 전략적 중요도가 매우 높은 요충지였던 만큼, 방어시설이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었다. 바다에서 오는 적을 막으려 성벽을 큰 돌로 조성하고, 다수의 곡륜(曲輪·방어진지)을 두었으며, 육상을 통해 서쪽에서 공격해 오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2단의 해자를 성벽 앞에 두었다. 본환(本丸·성의 핵심 방어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중심 성곽을 함락하려면 3중 이상의 곡륜을 통과해야 했다.

▲ 웅천왜성에서 발견된 각자석./국립진주박물관
▲ 웅천왜성에서 발견된 각자석./국립진주박물관
▲ 3D 기술로 재현한 웅천왜성 전경 일부. /국립진주박물관
▲ 3D 기술로 재현한 웅천왜성 전경 일부. /국립진주박물관

◇성벽 일부에서 글자·표식 새겨진 돌 확인 = 지난 2년간에 걸친 웅천왜성에 대한 정밀 측량조사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냈다.

첫째, 측량사업과 학술조사 때 참고했던 일본 성곽담화회에서 제작한 도면(2000년 11월 제도)은 주요 시설과 계단·해자가 표기돼 있었으나, 위치와 크기·방향 등에서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둘째, 성벽 일부에서 각자석(刻字石·글자와 표식이 새겨진 돌)을 확인했다. 표식은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기하학적 모양이 많았으나 일본 오사카성 등에서 이러한 표식이 다수 확인되기에 주목된다. 한자·한글 이름이 새겨진 돌도 다수 확인됐다.

셋째, 웅천왜성 본성 외에도 서쪽 방면에 외성(外城)이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넷째, 북쪽 사면의 성벽과 이중의 해자 구조를 확인했다. 위치로 보아 육로를 통해 진격하는 적을 막기 위한 시설로 보인다.

다섯째, 처음 쌓인 당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쌓은 부분과 수리된 부분을 북쪽 사면 등지에서 확인했다. 이것으로 보아 웅천왜성은 임진왜란 이후(정유재란 등)에도 지속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남쪽 사면에서 독립된 석축이 처음 확인됐다. 이 부분은 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해안에 접근하는 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주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일곱째, 산 정상부에서 이전에 확인되지 않은 많은 평지와 건물지를 확인했다. 성안에 주둔한 부대의 생활공간·지휘부 등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웅천왜성은 임진왜란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성곽 연구뿐 아니라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 인근에는 왜관 중 최대의 크기를 자랑한 제포왜관, 일본 수출 도자를 생산하던 웅천도요지, 웅천왜성과 함께 방어체계를 구성하던 안골왜성과 가덕왜성 등이 있다"며 "앞으로 임진왜란뿐 아니라 전쟁과 평화, 교류를 주제로 한 관광 상품의 개발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웅천왜성 측량 보고서는 국립진주박물관 누리집(jinju.museum.go.kr)에 공개돼 있다. 측량 내용과 도면, 항공촬영 영상과 사진 등이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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