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열린 8R 보은상무전
홍혜지 공중볼 다툼 후 쓰러져
119 미신고 등 응급 대처 부실

20일 오후 창녕스포츠파크 양파구장에서 열린 2020 WK리그 창녕WFC와 보은상무 간 8라운드 경기. 지난해부터 홈 경기 승리가 없는 창녕과 올 시즌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보은 양 팀은 누구도 이날 경기를 내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경기는 핑퐁게임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고, 양 팀 선수들은 운동장 안에서 사력을 다해 뛰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의욕 과잉이었는지 창녕 주력 수비수이자 국가대표 중앙수비수인 홍혜지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홍혜지는 정밀 진단을 위해 21일 서울로 이송됐다.

1-1로 팽팽하던 전반 40분, 보은의 공격에 맞서던 상황. 홍혜지는 오른쪽 진영에서 공중볼 다툼을 벌이며 뛰어올랐다가 착지하면서 상대 수비수 발을 밟고 그대로 쓰러졌다. 홍혜지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괴성을 토해냈고 곧바로 박하얀으로 교체됐다. 이후에도 벤치 옆에서 응급처치를 받으면서 고통에 찬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홈 경기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전반전이나 후반전 45분 동안 응원하면서 관심을 보이는 한정우 창녕군수도 전반전이 끝나고 현장을 떠나면서 한참 홍혜지의 상태를 지켜봤다. "큰 부상은 아니어야 할 텐데…"라고 말하며 떠났다.

한 군수가 현장을 떠나자 홍혜지는 들것에 실려 현장을 빠져나갔고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경기장 밖에서 응원하고 있던 선수 부모나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119를 불러야지 승용차로 이송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였다. 현장 대기심이 와서 "119를 부르는 것보다 이렇게 이송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설명했지만, 이들은 "빠르고 느리고가 아니라 전문 인력이 현장 대응을 제대로 해서 부상이 악화하지 않게 한 후 이송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항의했다.

이날도 경기장 밖에는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응급차는 두뇌 부상이 우려되거나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만 출동하게 돼 있어 홍혜지를 이송하기 위해 출동하지 않은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전반전 추가시간 2분을 포함해 7분이 남아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119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용차로 이송될 때까지도 홍혜지는 고통에 찬 신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여자축구연맹 관계자는 "현장 응급차가 떠나고 나면 다른 응급차가 대기할 때까지는 경기가 중단돼야 하기에 생명에 관련될 정도 위급 상황이 아니면 현장 응급차가 출동하지 않는다"며 "경기 감독관이 현장 의료진과 양 팀 의무진 의견을 종합해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창녕의 경기장 운영 미숙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6일 경주한수원과 올 시즌 첫 홈경기. 이날도 한 군수는 후반전 시작하기 전에 현장에 와서 경기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전을 응원했다. 하지만 전반전 시작하기 전에 현장을 찾은 체육계나 군청 고위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반 25분께 현장을 우르르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서로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 스트로보(외장 플래시)를 번쩍번쩍 터뜨렸다. 경기장에서 카메라 플래시는 절대 금기 사항이다. 선수들의 눈에 빛이 비치면 경기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여자축구 실업팀을 창단하고, 각종 여자축구 대회를 유치하면서 여자축구 발전에 남다른 관심과 지원을 보이는 창녕군이 경기 운영에서도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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