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최대 60리터 잔존 추정
창원시 '비용 문제' 내년 추진
환경단체 "하루빨리 꺼내야"

4년 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공사 중 서항지구 인공섬 펄에 빠진 19t 불도저 1대가 지금도 같은 자리에 묻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시는 당장 인양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반시설 조성공사가 시작되는 내년 하반기에 불도저를 꺼내겠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환경오염 우려가 있다며 조속히 불도저를 꺼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게 19t짜리 이 불도저는 지난 2016년 8월 14일 낮 12시께 매몰됐다. 오전 작업을 끝낸 시공사 관계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에 인공섬 펄 16m 아래로 가라앉았다. 불도저가 있는 곳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던 14.6t 굴차기 1대도 펄에 빠졌다.

뒤늦게 매몰 사실을 알게 된 노동자들은 현장에 돌아와 중장비 인양을 시도했다. 이들은 불도저 인양에는 실패하고 굴착기만 건져냈다. 이날 이후로 해당 불도저는 4년째 같은 자리에 묻혀있는 상태다.

시는 사고 발생 2년 뒤인 2018년께 불도저를 육지로 꺼낼 계획이었으나 마산해양신도시 조성사업 지연과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의 이유로 불도저를 인양하지 않았다.

불도저에는 30~60리터의 기름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묻혀있는 불도저가 매립지 안에 갇혀 있어 바다로 기름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비에 남아있던 기름이나 중장비가 부식되면서 나온 녹이 매립지와 주변을 오염시킬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땅속에 중장비가 묻히면 녹이 슬게 되면서 토양 오염이 발생하고, 결국은 해양 오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는 매립지 전체를 대상으로 '연약지반 개량공사'를 지난해 12월 끝냈다며, 올해부터 장비를 투입해 인양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중장비 인양을 진행하진 않겠다는 태도다.

창원시 해양사업과 관계자는 "지금 불도저를 꺼내나 내년에 꺼내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바다로 기름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으며, 만일 매립지에 기름이 유출된 사실이 확인되면 추후 인양한 뒤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서 내년 12월에 상하수도 공사와 도로 공사 등 부지조성공사가 진행될 때 불도저를 꺼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우리도 시와 같은 입장이다"며 "창원시 계획이 올해 확정되고 난 뒤에 인양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와 시공사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사고를 수습하지 않고 매립지에 중장비를 묻어두는 것은 법률 위반 행위다"며 "행정이 사업자의 비용 걱정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하루 빨리 인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마산합포구 월영동과 가포동 일원에 해양신도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항지구는 64만 2000㎡, 가포지구는 42만 8000㎡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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