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학교 성범죄 방지책 '도돌이표'
학교 현장 현실 반영한 세심한 접근 필요

'무관용 원칙'이 이토록 친숙하고 만만했었나 싶은 때다.

지난달 24·26일 김해와 창녕에서 학교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교사 2명이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어 창원의 한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여교사들의 모습을 불법 촬영한 10대 청소년이 붙잡혀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이번에도 '성범죄 근절 방안'을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일 도교육청은 △강력한 징계(무관용 원칙 언급) △빈틈없는 점검 △철저한 예방교육으로 성폭력 없는 안전한 경남교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청 대책을 듣고 안심이 되면 좋으련만, 도돌이표 잦은 대책 발표에 엄벌·무관용이 되레 긴장감 없는 말이 돼버렸다.

2018년 도내에서 학교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가 확산하면서 교사 성추행 폭로가 이어졌다. 도교육청은 성폭력 전담팀을 조직했고 "피해자 즉시 분리, 무관용 원칙에 따른 징계"를 강조했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추행·성폭력 예방 강화도 약속했다.

2017년 경남 학교 현장에서는 성희롱 훈화, 여고 몰래카메라 설치, 여교사 제자 성폭행 등 성비위 사건이 잇따랐다. 도교육감이 '성 관련 사건 재발 방지 담화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튿날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때도 "교원 성범죄는 '원스트라이크 아웃(무관용)'으로 엄중히 처리하고, 교육청 장학관·사무관급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 교사 등에 대해 성인지·성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간을 더 거슬러 가보자. 2015년 도교육청은 2020년 기자회견과 이름도 같은 '성범죄 예방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에서 일어난 교장·교사의 상습 성추행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경남에서도 2012년부터 3년간 성범죄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교사가 17명이란 보도가 이어졌다.

도교육청은 이때도 대책으로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학교 내 성폭력 신고·상담 전담교원을 두고,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교육청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보고 체계도 정비한다"고 밝혔다. "모든 학교에서 성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는 건 올해 대책과 같은 내용이다.

이제 학교 현장에서 무관용 원칙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보다 듣기 싫은 잔소리쯤으로 여겨지고, 일 년에 한두 번 받는 성범죄 예방 교육은 교사들에게 휴식 시간과 다름없다. 중학생의 불법 촬영 사실을 알고도 "성범죄 보고 규정을 몰랐다"며 교육청에 알리지 않은 학교 측 해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모든 교사에게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한다는데, 기본인 보고 체계도 몰랐다니 무슨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

교육은 일상이 쌓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도교육청도 인권·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하려는 것 아닌가. 성범죄 사건이 터진 후에야 도돌이표 대책을 낼 것이 아니라 일상이 안전하도록 학교 현장을 촘촘히 들여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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