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풍부한 자료 조사는 기본, 단원 간 협업으로 완성도 제고
20·30대 배우층 얇은 경남 연극. 후속 세대 양성책 마련 급선무

'창작 희곡의 완성도를 높여라.' '젊은 배우를 육성하라.'

지난달 23일 끝난 제38회 경남연극제를 통해 드러난 경남 연극의 숙제다. 물론 갑자기 생긴 문제도 아니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그렇지만, 경남 연극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풀어내야 할 숙제인 건 분명하다. 그나마 이들의 이야기 속에 희망의 씨앗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극단 예도 이선경(40) 극작가와 경남도립극단 박장렬(55) 예술감독이다.

◇철저한 협업으로 희곡 완성도를 높이다

연극 <나르는 원더우먼>으로 2018년 경남연극제 대상과 대한민국연극제 금상을, <꽃을 피게 하는 것은>으로 2019년 경남연극제 대상과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그리고 올해 <크라켄을 만난다면>으로 경남연극제 은상을 받았다.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둔 극단 예도의 작품들은 모두 이선경 극작가가 쓴 것이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예도 단원들처럼 그도 직업이 따로 있다. 중학교 국어교사다. 대학 때는 연극 동아리로, 졸업 후엔 진주 극단 현장 단역 배우로 활동을 했었지만, 교사를 준비하면서 그만뒀었다. 그러다 2004년 거제로 발령이 나고 극단 예도를 만나면서 극작가로서 새로운 연극 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희곡은 이야기 전개가 진부하지 않다. 그래서 문자 상태로 읽어도 무대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감동이 그대로 전해온다.

▲ 이선경 극단 예도 극작가. /이서후 기자
▲ 이선경 극단 예도 극작가. /이서후 기자

"보통 이삼우 연출이 주제를 툭, 하고 던져 주면 자료 조사를 하고 공부를 많이 해서 희곡을 쓰기 시작하죠. 자료 조사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희곡 수준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한 편의 연극은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기까지 끊임없이 이뤄지는 공동 작업이다. 희곡도 이런 공동 작업 안에 있다. 극단 예도는 희곡 단계에서부터 이런 공동 작업으로 희곡의 완성도를 높여 간다. 작품마다 담긴 예도 특유의 코미디도 이런 식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누구는 이선경식 코미디라고 하고, 누구는 이삼우식 코미디라고 한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든 극단 예도의 완성도 높은 희곡은 철저한 협업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도립극단을 활용해 지역 젊은 배우를 키우다

올해 경남연극제에서는 개인상 중에 신인연기상이 없었다. 실제로 신인 배우를 보기 어려웠다. 사실 사회 기반이 전혀 없는 젊은이들이 연극 판에 뛰어들려면 직업적인 안정성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연극판에서 젊은 신인 연극인들을 보기 어려운 문제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도립극단 박장렬 예술감독의 제안은 솔깃하다.

그동안 드문드문 경남 연극을 접하긴 했지만, 제대로 경험한 것은 지난달 경남연극제가 처음이었다. 그가 보기에 신인 배우의 부재는 경남 연극의 미래를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 경남도립극단 박장렬 예술 감독.  /이서후 기자
▲ 경남도립극단 박장렬 예술 감독. /이서후 기자

"20, 30대 연극인들이 없어지는 게 대부분 지역 극단들이 봉착한 문제죠. 연극에 자기네 청춘을 바친 다음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분명히 있는 거죠. 하지만, 젊은이들이 없으면 앞으로 지역 연극판은 힘들어질 거예요. 그래서 20, 30대 연극인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경남연극협회에 두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내년 도립극단에 연수단원 제도를 만들 생각이다. 현재 국립극단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제도인데, 일종의 연극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박 감독은 이 연수단원을 도립극단뿐 아니라 경남 극단들이 공유할 수 있는 체계로 만들고 싶어한다.

"경남 연극계 가장 큰 장점은 시군별로 떨어져 있어도 서로 친분이 깊은 거거든요. 그걸 확장해 나가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겠다 싶어요. 다른 지역은 시립극단이나 도립극단이 연수단원 뽑아서 자기네 작업만 하지, 연수단원을 지역 극단들하고 공유하지 않아요. 배우들을 위한 공유 주택 같은 것도 좋고, 인적이든 물적이든 도립극단과 지역 극단이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여기에 더해 그는 서울에 일명 '경남 극장'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경남연극협회에 전했다.

"경남에서 공연한 작품을 서울에 가서 공연하면서 경남 연극의 힘이 더 알려지고 홍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경남 극장과 연수단원 제도를 통해 일단 먹고사는 일이 해결되면 젊은 친구들의 연극판 도전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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