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하려 외지 투자자 몰려
호재 겹친 김해, 법인매입 최다
실수요자 피해 막을 대책 필요

최근 부동산 관련 대책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경남 아파트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경제침체와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창원은 아파트값이 한 달 새 1억 원이 오르는 등 단기 급등했다. 대출과 세금을 통한 수요 억제 정책들이 계속되면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역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이에 지역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달 새 1억 원 '급등' = 경남은 6·17대책이 나온 지난 6월부터 상승세를 탔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3일 기준) 경남 아파트값은 1주일 새 0.16% 올라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창원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창원 아파트값은 0.31%로 지난주(0.33%)보다 소폭 둔화했지만, 6·17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6월 둘째 주(0.06%)보다 5배 이상 뛰었다. 대단지 새 아파트가 밀집된 의창구, 성산구가 각각 0.50%, 0.59% 급등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창원지역에서 비싼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용지 더샵 레이크파크' 전용 84.475㎡는 지난해 11월 7억 1500만 원(5층)에서 이달 8억 1000만 원으로 올라 거래됐다. 8개월 사이 1억 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한 달 사이 1억 원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의창구 중동 유니시티 전용 84.1031㎡(10층)는 지난 5월 5억 8500만 원에서 지난달 6억 9000만 원에 팔렸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도 매매가 상승에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신월동 은아아파트 전용 60.38㎡(4층)는 지난 4월 3억 500만 원에서 이달 4억 2000만 원까지 올라 실거래 됐다.

◇법인 매수세 집값 올려 = 지역 아파트시장이 급등한 큰 요인은 법인들의 매수 수요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법인은 그동안 대출·세제 등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됐다. 개인과 명의를 분산해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전세를 끼고 소액으로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는 갭투자 수요가 많은 지역은 대체로 법인 투자 비율이 높다. 법인 투자 흐름은 경남지역 아파트가격 상승과도 일치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5월 경남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수자 가운데 법인 비중은 28.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달 법인 매입 비율은 4.0%, 지난해 같은 기간 2.0%에 비하면 폭증한 수준이다.

경남은 전체 아파트 매매건수 4017건 가운데 1162건을 법인이 매입했다. 지역별 법인 건수를 보면, 김해가 981건(전체 매매건수 154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창원이 71건으로 뒤를 이었다.

◇경남 왜 주목받나 =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서울·수도권에 집중되자 비규제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규제를 피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그동안 저평가 받던 경남이 떠오른 것이다.

창원 팔룡동 한 공인중개사는 "창원은 예전에 강남 다음으로 아파트값이 높았다고 할 만큼 호황을 누린 적이 있다"며 "현재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 미래 가치 측면에서 가치 있는 투자처로 주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는 도시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구축되고 굵직한 개발 호재도 잇따라 투자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김해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코스트코 김해점 입점, 대학병원급 종합병원, 김해 NHN데이터센터 유치 등이 개발 호재로 작용했다. 도로 인프라 확충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서울, 대전 등 규제지역에서 온 외지인들이 아파트를 싹쓸이하다시피 사갔다"고 했다.

실제 김해는 2017년 8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지 2년 10개월 만에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됐다.

지역 부동산 투자에 대해 시장 모니터링 강화 등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창신대 부동산금융학과 정상철 교수는 "법인 투자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다. 장기적으로 물건이 묶이지 않는다"며 "지역에 단타 치러 들어간 법인 매물이 아파트값만 올려놓고 빠지면 결국 지역민들만 손해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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