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잇단 불법촬영 대책
전문가 포함 시민참여단 구성
성인식개선담당·조례 추진

"죄송합니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합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고치겠습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최근 잇따른 교사의 불법촬영 사건에 대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문화 조성'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육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체계 정비 △불법촬영 카메라 수시·불시 점검 △성폭력 전담기구 확대·신설 △전문기관 협력 구축 등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4·26일 김해와 창녕에서 학교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교사 2명이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자 학생·학부모·여성·교육 단체는 잇따라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앞으로 도교육청은 '성폭력시민참여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외부 전문가와 감사관, 성인식개선담당(신설) 등으로 구성해 성폭력 범죄 사건 조사부터 처리까지 담당한다.

조사단은 성폭력 범죄를 알게 된 즉시 자체 조사를 하고, 혐의자를 신속하게 징계할 방침이다.

▲ 20일 오후 2시 박종훈(가운데) 경남도교육감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문화 조성'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 20일 오후 2시 박종훈(가운데) 경남도교육감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문화 조성'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기존에는 혐의자를 직위 해제한 다음 경찰·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렸다가 징계하는 데 통상 50~60일 정도 걸렸는데, 조사단이 이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다만, 수사권이 없는 만큼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건의 심각성·중대성 등을 기준으로 최대한 엄격하게 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성폭력 신고 전용창구(전화 055-268-1234)'를 구축하고 심리상담, 의료·법률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유치원을 포함한 도내 모든 학교에는 8월 말까지 불법촬영 탐지 장비가 보급될 예정이다. 수시·불시 점검을 하게 하고, 학교 구성원이 원하는 때와 장소에 맞춰 언제든지 점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경남경찰청·보안전문업체 등과 외부 점검 체계도 강화한다.

기존 도교육청 성인식개선팀은 '성인식개선담당'으로 개편·확대된다. 임기제 사무관, 장학사, 전문 상담사 등 5명 정도로 꾸릴 예정이다. 성인식개선담당은 성폭력 사건 접수부터 대응, 처리까지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담당할 예정이다.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과 예방 자료도 8월 말까지 개발해, 9월부터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의 성폭력 근절대책이 잘 이행되는지는 시민단체·경찰·학계·법조계·의료계 등과 함께 '성폭력 예방 자문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연 4회 평가와 자문을 받기로 했다.

특히 도교육청은 이날 발표한 대책을 내실 있고 책임 있게 추진하고자 '성폭력 근절 및 재발 방지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 교육감은 "교육감으로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중 삼중으로 장치를 하고 엄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경남도민과 교육 가족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무관용 원칙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피해자 여러분께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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